제주 문화발전을 위한 몇 가지 제언
제주 문화발전을 위한 몇 가지 제언
  • 박기남
  • 승인 201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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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명 도로’ 자긍심·스토리텔링
길거리 공연·해녀문화 확산 필요

미국에선 공항이나 도로·도서관은 물론 항공모함 등 군함 이름에서 워싱톤·링컨·케네디·레이건 등 전직 대통령의 이름을 자주 볼 수 있다. 미국은 역사적 위인 이외에도 전장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군인이나 지역사회의 안전을 위해 희생한 소방관 등의 이름을 따서 동네의 다리나 도로 등의 이름을 짓는다. 이들의 인품을 영원히 기리기 위한 무한 존경심의 표현이다.

제주의 경우를 보자. 애조로(애월~조천), 연북로(연동~화북), 연삼로(연동~삼양), 1호 광장, 7호 광장 등 도로나 광장의 이름들은 단순히 지명 머리글자 조합이나 숫자를 나열하는 식이 대부분이다. 명명에 고민한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역사’와 연계된 도로명은 도민에겐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함은 물론 관광의 새로운 트렌드인 ‘스토리텔링’과 연계, 제주 방문객들에겐 감동을 주지만 제주는 아직 ‘확실히’ 아니다. 조선말 자신의 전 재산을 바쳐 굶주림에 허덕이던 제주 백성들의 목숨을 구한 의인 김만덕의 이름을 딴 ‘만덕로’와 쓸쓸한 유배지 제주에서 세한도를 그리며 선비의 기개를 표현했던 김정희를 기린 추사로 등이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왜 이리 제주가 인물들에 대한 평가가 야박한지 이해할 수가 없다. 2011년7월 1만여 명의 단체 관광객을 제주에 보내준 중국 건강용품업체의 이름을 따 연동에 바오젠(寶健)거리를 명명했으면서도 말이다.

제주의 역사나 문화 속에서는 우리의 귀감이 되고, 도로나 공공건물의 이름으로 재탄생하게 될 경우 제주의 정신문화를 더욱 빛내줄 위인들이 차고 넘친다. 역사적으론 겨울바다에서 해녀들의 전복 따는 모습이 너무 애처로워 재임 중에 전복을 먹지 않을 정도로 애민정신이 강했던 목사 기건, 백성들의 동사(凍死)를 막기 위해 한라산신제의 장소를 백록담에서 산천단으로 바꾸고 임기를 마치고 돌아갈 때 사용하던 모든 물건을 그냥 두고 간 청백리의 표상인 이약동 목사 등이 있다. 6·25 당시 조국을 위해 꽃다운 나이에 산화한 고태문 대위·김문성 중위·강승우 소위·한규택 상병 등도 기억해야할 ‘의인’들이다.

그리고 외국을 여행하다 보면 길거리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음악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광장이나 공원, 심지어 지하철역에서까지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거나 노래를 들려줌으로써 지역 주민은 물론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감정을 정화시켜준다. 그리고 음악을 감상한 사람들 중 일부는 거리의 악사들에게 소액의 지폐나 동전을 지불하며 감사의 표시를 하기도 한다.

제주에서도 이러한 버스킹(busking) 문화가 확산됐으면 한다. 자발적 버스킹이 부족하다면 행정이 적극 나설 필요도 있다. 문화예술 담당 부서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음악인들을 선발, 공원이나 광장·관광지 등에서 공연하게 한다면 제주의 감성이 한 층 더 풍부해지지 않을까 한다.

제주의 해녀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일 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매우 신기한 관광자원이다. 춥고 파도가 일렁이는 날씨에도 별다른 잠수장비 없이 입수하여 해삼·소라·전복 등을 캐내는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외국인들의 눈에는 신비와 경외의 대상이 되는 것 같다.

그러나 매년 해녀의 고령화가 심각해지고 숫자도 감소하고 있다. 도내 현직 해녀 가운데 60세 이상이 85.7%에 달하고 30대 미만은 없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 신규 해녀 가입자는 13명에 불과, 이러다 해녀의 명맥이 끊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행정당국은 해녀양성을 위한 특단의 대책과 함께 후생복지 등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다. 제주도가 추진하는 해녀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빛을 발하기 위해선 해녀커뮤니티에 생기가 넘쳐야할 것이다. 해녀가 제주의 아름다운 관광과 문화의 자원으로서 계승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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