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시 아라1동 LH아파트
주민 숙원사업 승강기 설치
장애인·노약자 등 편의증대
“세상 편해. 그동안 계단 오르내리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
19일 오전 10시께 제주시 아라1동 아라LH아파트 109동 1층 승강기 앞. 이 아파트 2층에 사는 구장섭(73)씨는 이번 달 1일부터 운행 중인 승강기를 기다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구씨는 “다리가 불편해서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데 복지관 직원들이 도와주지 못 하면 밖으로 거의 못 나왔어. 승강기가 생기면서 이젠 혼자 나올 수도 있고 너무 좋아”라고 말하며 수줍게 웃었다. 구씨의 활동보조인인 양모(63․여)씨는 “이 아파트에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데 다들 승강기가 생겨서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날은 아파트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던 승강기 설치를 기념하는 행사가 있었다. 무더운 날씨에도 주민들은 행사장에 나와 햇볕을 쬐며 축하 공연을 지켜봤다. 행사가 진행되는 중에도 주민들이 승강기를 타고 계속해서 내려왔다. 권미해 아라종합사회복지관 부장은 “아파트에는 장애인, 노인 등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거의 70% 가까이 된다”며 “그동안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하지 못 했던 주민들이 많은데 승강기 설치로 이런 문제가 해결된 것 같다”고 기뻐했다.
제주도와 LH공사 제주본부는 아파트 주민 가운데 장애인, 노약자 등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늘면서 승강기 사업을 추진했다. 지난해 7월부터 총 48억 원(국비 10억, LH 38억)이 투입돼 아파트 10개 동에 각 한 개씩 승강기가 설치됐다. 홍영림 아파트관리사무소장은 “얼마 전에 주민 한 분이 찾아와서 승강기를 설치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했다”며 “몸이 불편해 밖에 자주 나오지도 못 하고 그래서 별로 살 생각이 없었지만, (승강기 설치로) 이젠 몇 년 더 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라고 했다.
이날 오후 몇몇 휠체어를 탄 주민들이 행사가 끝나도 한참이나 아파트 공터에 머물러 있었다. 아파트 5층에 산다는 박행자(70․여)씨는 “걷는 게 불편해 승강기 설치 전에는 늘 집에만 틀어박혀서 텔레비전만 봤었다”며 “이젠 하루에 2번씩 밖에 나와서 운동하려고 한다. 오늘 참 얼마 만에 마음 편히 쬐는 햇볕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