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주부 가출 사건 발생
말다툼 후 여권과 함께
친구들과 수다 밤늦게 귀가
남편의 선입견으로 상대방 ‘평가’
자기중심적 사랑 문제
중요한 것은 서로에 믿음과 지지
“똑! 똑!” 초췌한 모습으로 사무실을 방문한 한 남성의 모습은 말하지 않아도 상황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A씨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베트남) 아내가 집을 나갔어요. 집에 여권도 없어요”
주부의 외출, 흔히 있는 일이다. 잠깐 시장에 갈 수 있고 친구 집에 놀러 갈수도 있다. 평범한 일인데도 ‘외국인’이 한 나절 가량 집을 비우면 가족들은 긴장하게 된다. 길을 잃어버리지 않았을까? 혹시 가출 한 것은 아닐까? 여권·외국인등록증·가방 등을 찾아보면서 부정적인 생각도 하게 된다.
평소 사이가 나쁘지 않았던 이들 부부는 최근 의견 차이로 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남편은 저녁이 다 되어 가는데 돌아오지 않는 아내를 기다리다 답답한 마음에 상담을 하러 온 것이다. 여권이 있었다면 걱정을 덜 할 텐데 여권이 없으니 멀리 떠났을 것이라 ‘불길한’ 생각에 초조해 보였다.
그리곤 질문이다. “가출 여성들 중에 집으로 돌아와서 가정생활을 하는 분들이 있나요? 한번 가출을 하면 돌아와도 결국 다시 가출을 한다는데 그게 사실인가요?” 그의 답답함은 이해되지만 딱 부러지게 답해줄 수가 없다. 저마다 행동 양식에 영향을 끼치는 국적은 물론 문화와 생활 방식이 다르다. 그리고 십인십색이라고 개인별 성향들도 다르다. 일곱 번의 가출을 하고도 돌아와 잘 사는 가 하면 한 번의 가출로 영영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결국 A씨의 아내는 저녁 늦게 귀가를 했다고 한다. 너무도 답답한 마음에 친구와 수다를 떨다보니 늦었다는 것이다. 여권은 며칠 전 집안 정리 하다 다른 곳에 보관했다고 한다. 다행히 ‘베트남 주부 가출 사건’은 해프닝으로 일단락 됐다.
이들 부부가 앞으로 불필요한 ‘오해’로 서로를 의심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며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 속에서 꼭 필요한 사랑, 그러나 그 사랑을 얻고 지키기 위해선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모두가 처음이라서, 인생엔 연습이 없기에 서로에게 맞춰가는 데 기다림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A씨의 질문에 답이 없는 것처럼 인생에도 “이렇게 살아야 된다”는 정답이 있을 수가 없다. 사랑과 사물에 대한 인식이 다르고 가치를 재는 저울도 제 각각이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시집오는 여성들의 경우 현지보다 좀 더 낳은 삶을 위해 국제결혼을 선택하게 됐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런 내용이 다문화가정의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여성의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수가 신데렐라의 꿈을 꾸었을 것이다. 그리곤 성인이 돼선 ‘돈 많은 신랑’ ‘좋은 집’의 신부가 되기 위해 결혼은 사랑이 아니라 거래로 인식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혼자서 오랫동안 자취를 하던 남성은 세탁도 청소도 척척 능숙했다. 그러나 혼자 하는 식사보다 아내가 챙겨주는 따뜻한 밥상을 기대하며 요리를 잘하는 여성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됐다. 누가 보아도 서로의 장점이 많은 훌륭한 조합이다.
그러나 행복해야 할 신혼 초에 심한 갈등을 겪었다. 남자가 매일 매일 하던 청소마저 아내 차지가 되고 만 것이다. 남자의 경우 자신을 위한 아내의 노력을 감사히 여기고 자신도 아내를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상대에게서 편안함만을 누리고자 한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실종된 가슴엔 사랑이 담기지 않았다.
사랑이란 늘 변함없이 똑같은 것이라기보다는 조금씩 변화하면서 성숙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랑의 본질은 변함이 없겠지만 외적인 모습은 조금씩 변해가는 것이다. 언제나 설렘과 두근거림으로 좋아하고 바라봐줄 수는 없다. 세월에 따라 좋아하는 방법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상대방이 아닌 자기 중심의 사랑이 문제다. 다문화 가정의 갈등에는 이러한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되는 것들이 적지 않다. A씨의 ‘베트남 주부 가출 사건’도 아내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봤으면 해프닝으로도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다. 스스로의 삶을 살아 갈수 있도록 믿어주고 지지해줄 때 부부의 사랑은 깊어지고 성숙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