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증상 없어 고위험
‘스텐트 그라프트 이식술’
올해 64세인 김점순(가명)씨는 평상시처럼 집안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복부가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인근 병원에 찾아가 검진을 받은 결과 ‘대동맥 박리’ 판정을 받았다. 노화로 인해 대동맥 벽에 균열이 생기고 그 틈새로 혈액이 흘러나와 이미 복강 내에 출혈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였다. 조금만 시간을 더 지체했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김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다행히 건강을 되찾았다.
이 사례에서 눈여겨볼 점은 무엇일까. 제주한라병원 영상의학과 송하헌 과장은 “대동맥 질환은 노년층에서 자주 나타나는 질병”이라며 “대동맥은 인체에서 가장 큰 혈관으로 혈류량이 많아 문제가 생기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평상시에 검진을 자주 받고, 질환 발생 시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게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대동맥 질환은 주로 ‘대동맥류’와 ‘대동맥 박리’로 나뉜다. 대동맥류는 노화, 흡연 등으로 약해진 혈관 내벽이 늘어진 주머니 모양으로 변한 상태다. 보통 혈관 지름이 5cm를 넘어가면 즉시 치료가 필요하다. 대동맥 박리는 여러 겹으로 된 혈관 내벽에 노화 등으로 균열이 생겨 그 사이로 혈액이 새거나 고인 상태를 의미한다.
대동맥 질환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더 위험하다. 대동맥의 내벽은 노화, 높은 혈압, 흡연 등으로 서서히 약해지기 때문에 파열 전까지 환자가 자각하기 힘들다. 송 과장은 “한 번 대동맥이 파열되면 응급처치를 해도 환자의 80% 이상이 1시간 이내에 목숨을 잃는다. 언뜻 건강하던 환자가 갑작스럽게 죽을 수 있다”며 “65세 이상의 노인층은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건강 검진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단 대동맥 질환 증상이 발견되면 ‘스텐트 그라프트 이식술’ 등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스텐트 그라프트는 대동맥 한가운데에 이식돼 혈압이 약해진 혈관에 직접 작용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카테터(고무 또는 금속제의 가는 관)를 통해 이식하므로 환자에게 흉터를 거의 남기지 않으며, 회복 기간도 짧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동맥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혈압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생활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혈압이 높을수록 대동맥 내벽에 가해지는 힘 때문에 파열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흡연자에게서도 대동맥 질환이 많이 나타나므로 금연 또한 필수다. 송 과장은 “대동맥이 파열되는 순간 환자의 생명이 굉장히 위험해진다”며 “건강한 생활 습관과 조기 검진을 통해 대동맥 질환을 예방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