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손 씻을 수돗가 ‘기본’ 조차 없다
한 여름 손 씻을 수돗가 ‘기본’ 조차 없다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6.0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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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와 행복의 시대, 놀이터가 달라져야 한다]
<中> 아이들의 이야기
▲ 도내 거의 모든 놀이터들은 '어린이 놀이공원'이라는 행정적 용어가 화려하게 느껴질만큼 시소와 미끄럼틀, 고무매트로 단조롭게 구성돼 있다. 문정임 기자

놀다 보면 더러워 지는데 …10곳 중 1곳 고작
“더운데 그늘도 없고 놀이시설도 부족 시시해”

제주시 노형동의 한 놀이터(어린이놀이공원)에서 만난 여자 초등학생은 놀이터가 어떻게 바뀌면 좋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물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기자가 “손을 씻고 싶은 것이냐”고 묻자 “개울처럼 물장구칠 수 있는 물”이라고 눈을 반짝이며 답했다.
 
또 다른 놀이터에서 만난 남자 초등학생은 “특별히 뭐가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놀이터가 시시하다”고 토로했다. 학생은 “태권도 차가 올 때까지만 여기 있는 것”이라며 “여름에는 놀이터가 덥고 (놀이기구가)뜨거워서 친구들도 잘 안 온다”고 말했다.

땡볕이 쏟아지는 낮,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럼에도 여러 곳을 방문한 끝에 운 좋게 만난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놀 거리가 많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기자가 놀이터에서 만난 아이들 가운데 그네나 미끄럼틀을 안전수칙 그대로 타고 있는 아이들은 소수였다. 오히려 미끄럼틀에 철봉 하듯 매달려 위험을 즐기는 듯 한 아이들이 더 많았다. 아이들은 “촌에 할머니집이 더 재미있는 게 많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집 앞 놀이터가 단조롭고 시시하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뭐가 있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는 “물”을 가장 많이 꼽았다.

노형초등학교에 다닌다는 한 동급생 무리는 “더운데 그늘도 없고 친구들하고 물장구를 치고 싶다”며 “여기 놀이터에는 땀 닦을 수도도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주 기자가 방문한 10곳 이상의 놀이터 가운데 아이들이 손을 씻도록 수도꼭지가 설치된 놀이터는 한 곳 뿐이었다. 발을 담글 수 있는 물은커녕 놀다가 더러워진 손을 헹굴 간이 수도시설조차 극히 일부에만 허용된 셈이다.

이 때문인지 한 학생은 “신발이 더러워지면 엄마한테 혼나기 때문에 놀이터에 모래는 필요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모래가 싫다기보다, 수도 하나 없는 우리 동네 놀이터에서는 신나게 맘 편히 놀 수가 없다는 의미로 읽혔다. 

일부 아이들은 “놀이터가 깨끗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또 다른 아이는 “앉아서 놀 수 있는 깨끗한 판자(평상같은)”를 원했다.

이외 농구 골대, 비가림 시설이 거론됐고, 학교에서 배운 땅따먹기 게임을 하기 위해 선을 그릴 수 있는 ‘흙 땅’을 원한 아이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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