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내 모객 여행사 규제가 관건
커미션 차단·FIT인프라 제고 필요
2015년 무려 1억명 이상의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이 해외여행에 나섰다고 한다. 제주도에도 300만명 이상이 방문했다. 관광업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이 행복해 할 것 같은 통계들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해 안타까움이 크다.
지역경제 활성화는커녕 특정 기득권 집단이 그 이익을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쇼핑옵션 관광으로 인해 제주 방문 유커의 여행만족도가 최악이라는 뉴스를 들을 때마다 관련 업계의 한사람으로서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저가 패키지관광으로 인한 폐해는 오래 전부터 언론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적됐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왜 정부와 지자체는 대한민국 및 제주도 브랜드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간 고민해온 근본적인 해결책을 풀어본다.
첫째, 저가 패키지관광 생태계 구조를 이해하고 핵심을 공략해야 한다.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는 초저가 관광 여행사 삼진아웃, 무자격 가이드 단속과 행정처분 강화 대책 등을 실행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가 없다. 저가 패키지관광 생태계 상부가 온전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즉 ‘중국내 모객여행사 → 한국내 랜드사 → 가이드’로 이어지는 먹이사슬 구조에서 국내 ‘랜드사’와 ‘가이드’에 아무리 규제를 가해도, 중국내 모객여행사는 피라미드 상층부에서 ‘독버섯처럼 살아’ 계속 저가상품으로 관광객들을 모아 송출할 것이다. 2013년 중국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 ‘여유법’을 제정했으나 불과 1년 만에 유명무실해져 버렸다. 한국 정부는 국내 규제뿐만 아니라 중국 여유국 등과 공조, 저가 패키지관광 먹이사슬의 최상단에 위치한 중국내 모객여행사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하루빨리 진행해야 한다.
둘째, 저가 패키지관광 생태계에 공급되는 ‘캐시 카우(cash cow)’를 끊어야 한다. 저가 패키지관광을 진행하는 지상가이드들은 도내 대기업 면세점과 대형 쇼핑몰에서 나오는 리베이트와 커미션으로 유커들의 ‘지상비’ 및 ‘인두세’를 커버하고 있다. 커미션은 유커 대상 매출액의 30~40%에 달한다고 한다. 정부와 지자체도 이러한 음성적인 거래시스템을 모르지 않을 텐데 몇 년째 방치하고 있다.
이들 생태계에 혈액 역할을 하는 리베이트를 완벽히 차단하면, 자연스럽게 중국내 모객여행사에 ‘인두세’를 주지 못하면서 여행 생태계가 전반적으로 건전해질 것이다. 아예 발상을 전환, 30%가 넘는 쇼핑 커미션을 가이드가 아니라 30% 할인행사를 통해 개별여행객(FIT)들에게 직접적인 가격혜택을 주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일시적으로는 고통스럽더라도 저가 패키지관광 생태계 전반에 공급되는 현금흐름을 끊어 개별여행객 위주로 완전한 체질개선을 이뤄내야 한다.
셋째, 교통 및 언어편의성이 개선된 개별여행객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현장에서 만나는 여행객들, 특히 젊은이들은 개별여행을 선호하지만 제주도의 경우 여행편의성이 크게 떨어져 어쩔 수 없이 패키지를 이용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렌터카 운전이 허용 안되는 유커들은 노선버스를 타고 도내 관광지 곳곳을 여행해야 하는 불편이 얼마나 클 지는 불문가지다.
여행인프라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몇 년째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뉴욕패스·런던패스·파리패스처럼 해외 유명관광지에 필수적으로 존재하는 여행자 교통카드 등도 활성화시켜야 한다. 카드 하나로 교통 및 관광지, 맛집, 그리고 쇼핑까지 원패스로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활발히 가동돼야 한다.
유커들의 인식 재형성도 필요하다. 그들도 저가로는 안되고 정상적인 상품을 통해야 제주도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주도하의 외국인 여행객 대상 인식 변화 캠페인과 서비스 제고를 위한 차별화된 관광 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