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평화봉사단 6박8일 참여
전기·상하수도조차 없는 마을 방문
도로포장하고 전깃불 밝히고
태권도·종이접기 등 교육도 진행
남녀노소 찾아와 손 거들어
어려움 함께 극복한 뜻 깊은 시간
“밍글라바(안녕하세요)” “쩨주띤바데(감사합니다)” “뛔야다 완따바데(만나서 반갑습니다)” 그곳 주민들과 소통하기위해 한 달 전부터 학습했던 미얀마어다. 지난 주 제10기 제주평화봉사단(단장 강상철)의 일원으로, 6박8일 일정의 아시아협력 프로젝트 ‘샤퓨쑤와 제주, 하나 되는 평화캠프’를 다녀왔다.
평화캠프가 진행된 샤퓨쑤(Sarphyusu) 마을은 미얀마의 대표 도시 양곤(Yangon)에서 북쪽으로 50㎞ 남짓에 위치한 따이찌(Taikkyi) 군청 소재지에서 벗어난 마을이다. 마을로 연결되는 유일한 비포장도로를 따라 오토바이로 20분 남짓 달려가야 하는 곳이다. 편리한 삶의 도구들이 쏟아지는 현대문명의 혜택을 누리지도 못함은 물론 심지어 전기·상하수도 등 기본적인 인프라조차 없었지만 이방인들을 두 손 모아 환영하는 150여명의 주민들이 있었다.
20명으로 꾸려진 봉사단은 발전기 설치 및 전기 배선공사를 담당하는 주거환경팀, 마을안길 포장(1.5㎞) 작업을 하는 도로환경팀과 문화공연·태권도·영어·한글 교육 등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맡은 문화교류팀으로 구성됐다. 매일 한차례 이상 쏟아지는 폭우성 소나기와 열대야에 적응하기 버거웠지만 모두가 짐작했던 바여서 5일간 홈스테이하면서 정해진 활동계획을 소화하는 데에 열중했다.
샤퓨쑤 마을에서 가장 원했던 것은 도로포장이었다. 폭우 때문에 매번 물에 잠기고 휩쓸려 큰 불편거리였다. 사전에 확보해둔 시멘트로 현지주민들에 의해 포장작업이 진행됐다. 캠프기간 하루는 종일 비가 내려 작업이 취소됐지만 도로환경팀은 자갈과 모래를 나르고, 시멘트를 섞는 일에 구슬땀을 흘렸다. 주민들과 오토바이가 편하게 걷거나 달릴 수 있는 폭 1.4m의 시멘트길이 늘어날 때마다 보람도 저절로 커져갔다.
주민들에게 더 특별한 것은 마을에 밝혀진 전깃불이었다. 늘 그랬듯이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온 주민들에게는 전기는 기대이상의 선물이었다. 5㎾와 3㎾급 발전기 2대를 갖고 가서 설치하고, 47가구에 전깃줄을 잇고 소켓을 매달아 집집마다 밝은 전깃불이 들어왔다. 이왕이면 가로등도 설치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 대나무 전봇대에 페트병을 이용한 12개의 가로등이 완성되어 저녁이후 칠흑 같던 동네가 환하게 밝아졌다.
임시로 가설된 베이스캠프에서는 연일 유아반·청소년반·성인반으로 나눠 태권도 교육·종이접기·아트풍선·한국동요 배우기 등 다양한 교육이 진행됐다. 5㎞ 떨어진 학교에 다니기가 불편한 이곳 아이들에게 영락없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중학교 교실이 됐다.
주민들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매일같이 베이스캠프에 모여들었고, 그들은 식사준비·설거지·샤워실과 화장실 설치, 그리고 폭우로 범람할라치면 미리 고랑을 내는 등 베이스캠프의 안전을 도와주었다. 낮 시간 작업을 마치고 저녁 늦게까지 맨발로 축구하는 20명 남짓 청장년들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밍글라바’로 시작된 주민들과의 소통은 33개의 자음과 7개의 모음(성조로 구분하면 21개)으로 이뤄진 미얀마어를 더 배우지 않아도 충분했다. 홈스테이와 전기배선공사, 도로작업 현장에서 만나다보니 발전기 담당자이자 마을대표, 이발기술까지 있는 쌍둥이 아빠는 누구인지 식으로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포옹할 정도의 정을 나눌 수 있었다.
문화공연 날에는 이웃마을 주민들도 대거 찾아와 안길 포장도로와 가로등 시설을 보면서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공연을 마치면서 마을이장님은 단원 모두에게 마을대표들의 서명이 들어간 감사의 인쇄물을 전달했다. 서로 고마움을 전하며 작별인사를 나눈 토요일에는 아침부터 여성들까지 대거 동원돼 도로포장사업을 진행했다. 새로운 삶을 위해 도전하는 그들의 의지와 역량을 보여주고자 함을 알 수 있었다.
샤퓨쑤 평화캠프는 그곳 주민들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자 했던 소중하고, 세계시민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던 사람들의 다이어리(diary)였다. 진정 세계 평화의 섬 제주인으로서의 자부심과 함께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