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시 애월읍 한 어린이집 앞에 신생아를 유기한 20대 여성은 부모 몰래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아이를 출산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확인됐다.
앞서 지난 5일 새벽 5시50분쯤 제주시 애월읍 어린이집 마당에서 태어난 지 채 하루도 되지 않은 여자아기가 어린이집 관계자에 의해 발견됐다. 발견 당시 아기는 알몸상태였고, 날카로운 물체에 탯줄이 찢겨진 상태였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같은 날 새벽 3시40분쯤 어린이집 내부 폐쇄회로(CC)TV에 10대 후반~20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아기를 안고 배회하는 모습을 포착, 탐문수사를 벌인 사건 발생 3일만인 8일 해당 여성을 붙잡았다.
경찰에 붙잡힌 A씨(20)는 처음에는 영아 유기 혐의를 부인하다가 DNA 대조까지 이뤄지자 유기하게 된 배경을 털어놓았다.
조사결과 A씨는 헤어진 남자친구 B씨(26) 사이에서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을 임신 3~4개월에 접어들어서야 알게 됐다. 헤어질 당시 B씨는 A씨의 임신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초산이라 배가 많이 나오지 않았던 A씨는 누구에게도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임신 중반 무렵 A씨의 몸 상태를 의심한 어머니가 임신 여부를 추궁했지만, A씨가 강하게 부인하자 이후에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A씨는 결국 지난 4일 밤 9시쯤 자택 외부에 있는 화장실에서 홀로 아이를 낳았으며, 아이를 키울 능력이 없어 해당 어린이집에 아이를 유기했다.
경찰조사에서 A씨는 “원치 않는 임신이었기 때문에 아이의 아빠에게도 임신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면서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잘 키워줄 것이라 믿고, 마당에 놓고 온 것”이라고 진술했다.
유기된 아기는 발견 당시 저체온증이 의심됐지만, 병원 치료 후 건강을 되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모두 아이를 키울 수 없다고 밝힘에 따라 아이는 조만간 입양기관에 보내질 예정이다.
한편, 경찰은 아동복지법상 영아유기 혐의로 A씨를 입건하는 한편 A씨의 심리상태가 불안정한 점 등을 고려해 산부인과 치료 등 보호 조치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