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 자연 대상물인 바위, 나무, 풀 한포기, 그 어떤 것일지라도 의미를 부여한다면 존재 가치는 달라질 것이다. 무분별한 난개발 속에 제주는 언젠가부터 지켜야 할 유산임에도 그 가치를 보전하기 위한 작업은 더뎠고, 미미하기만 했다. 1만 8000 신이 머물고 있다는 제주. 신들이 우리 주변 곳곳에 스며들어 살아있는 신화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는 20여 년 동안 사진을 통해 기록해왔다. 과거 15년 동안 제주도내 언론사에서 사진기자로 근무하다 현재는 (사)제주민예총 일원으로 활동 중인 강정효 이사장(51)이다. 11일 제주민예총 사무실에서 그간의 작업 과정을 듣기 위해 강 이사장을 만났다.
그의 첫 작업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기자시절부터 한라산과 환경에 깊은 관심이 있던 그는 한라산 백록담에서 형상석(사람의 얼굴 형상을 한 돌)을 보고 난 뒤 “나는 이걸 정리해야겠다는 강력한 느낌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그 작업이 20년 만에 빛을 봤다.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소장 임한준)에서 오는 15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선보이는 ‘강정효 기증사진전-한라산 신을 찾아서’가 그것이다. 이번 사진전은 지난해 8월 서울 스페이스 선+에서 ‘할로영산 바람웃도’를 주제로 열었던 작품들에 새로운 작품들이 추가된 것으로 제주에서 그의 형상석 작품을 선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강 이사장은 “나는 제주 곳곳을 안 가본 곳이 없어요. 매일 매일 싸돌아 다녔어. 그런 과정에서 우리 주변 자연과 바위 등이 곧 제주 신앙의 대상이라는 걸 알게 되니, 나중에는 가는 곳마다 신의 형상을 한 다양한 형상석들이 보였어”라고 그간 만난 형상석들에 대해 소개했다.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 한라산 계곡 공동연구 등 민예총 이사장이기 전 제주의 환경을 위한 일에도 앞장서고 있는 그가 사진을 통해 제주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는 이유는 단 하나다.
“후손들에게 온전한 자연을 물려줄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제주가 원래 이랬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모든 것을 철저히 기록하자고 다짐했어요.”
그가 사진으로 담아낸 형상석들은 슬픔, 기쁨, 뾰루퉁한 표정 등으로 제주에 다양한 목소리를 던지고 있는 듯했다.
강 이사장은 “내가 찍은 형상석들도 언젠가는 형태가 변해 촬영한 그 자리에 가도 찍은 그대로를 볼 수 없는 날이 오겠지. 바다의 해안선은 무너지고 하천 정비를 이유로 계곡도 사라지고 있으니 말야. 더 사라지기전에 지금부터라도 우리 주변 대상물에 가치를 부여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그의 염원을 전했다.
한편 이번 전시되는 사진 30여점은 모두 1m가 훌쩍 넘는 대형 사진들로 전시 이후 모두 돌문화공원에 소장된다. (문의=064-710-7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