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등 진정 작년 60·올해 74건…“신분상 약점 악용”
2014년 중국 내 극심한 취업난으로 중국인 이역봉(가명)씨는 친구 3명과 함께 무사증 제도를 통해 제주에 들어왔다. 이들은 같은 해 12월부터 이달 3일까지 건설현장에서 불법 체류 신분으로 일했다. 하지만 최근 고용주가 행적을 감추면서 총 3800만원의 임금을 받지 못 하게 됐다. 중국에서 이들의 돈을 받으며 생활하는 가족들도 덩달아 생활비가 없어 숙식 문제 등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해마다 무사증 제도를 통해 제주에 들어오는 ‘미등록 외국인’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불안정한 신분을 악용해 임금체납, 폭행, 폭언 등 인권침해를 저지르는 내국인도 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보호하는 담당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연도별 제주 지역 무사증 입국 체류기간 초과자는 2012년 371명, 2013년 731명, 2014년 1450명, 2015년 4353명으로 해마다 많이 증가하고 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이미 불법 체류한 외국인이 8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 불법체류자가 1만 명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미등록 외국인이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의 ‘불법’ 지위를 악용해 임금체납 등을 저지르는 내국인도 늘고 있다. 제주 이주민센터에 따르면 매해 임금체납, 폭행 등으로 접수되는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 진정 건수는 2014년 30건, 2015년 60건, 올해 7월 현재까지 74건이다. 하지만 미등록 외국인들이 추방당할까 봐서 신고를 꺼려 인권침해 사례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이주민센터 관계자는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이들을 보호할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임금체납이나 인권침해 발생 시 제주에서는 제주이주민센터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직원 4명이 다문화가정 등 외국인 전반에 관한 일도 함께하고 있어 미등록 외국인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대응하기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용길 제주이주민센터 사무국장은 “센터 존재도 모르는 외국인들도 많아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지만 인력이 부족해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인권침해 사각지대에 놓인 미등록 외국인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현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이들이 현재 제주에서 힘든 일을 도맡고 있어 도민사회가 혜택을 받는 측면도 있다”며 “이들이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게 센터 지원을 늘리고 특별법 개정으로 제한적으로나마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