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게임패라도 우정이 있어 좋다”
“콜드게임패라도 우정이 있어 좋다”
  • 김동은 기자
  • 승인 2016.0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대·도쿄대 야구부 9일 강창학야구장서 친선 교류전
최종 스코어 0-21···이광환 감독 “많이 보고 배웠을 것”
▲ 서울대와 도쿄대 야구부가 9일 서귀포시 강창학야구장에서 친선 야구 교류전에 앞서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서울대 야구부 제공>

“너의 이닝이야, 할 수 있어.”

지난 9일 오전 10시 서귀포시 강창학야구장. 힘찬 응원소리가 울려 퍼졌다. 뜨겁게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에서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서울대 야구부 김현우 선수는 있는 힘껏 볼을 던졌다.

타석에 들어선 일본 도쿄대 야구부 타자들은 공이 약간 높게 들어오거나 한복판으로 몰리는 것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방망이를 휘둘러 외야 깊숙한 곳으로 타구를 날렸다.

이날 그라운드에서는 서울대와 도쿄대 야구부의 친선 야구 교류전이 펼쳐졌다. 2005년 시작된 두 학교의 교류전은 매년 양국을 오가며 치러오다 2009년부터 격년제로 열리고 있다.

‘공부하는’ 학생들로 구성된 서울대는 예상대로 초반부터 어려운 경기를 했다. 도쿄대도 일반 학생들로 구성되기는 마찬가지지만 대부분 어릴 때부터 야구를 해 기량이 뛰어나다.

1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호투를 펼친 선발 투수 김현우 선수는 2회 들어 만루 상황에서 밀어내기로 첫 실점을 한 뒤 안타와 볼넷을 연이어 내주며 내리 7점을 헌납했다.

도쿄대는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3회 추가점을 올린 뒤 6회에는 무려 10점을 뽑아내는 빅이닝을 만들며 승기를 굳혔다. 서울대는 투수를 교체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도쿄대는 7회 들어서도 연이은 안타와 볼넷으로 2명의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서울대는 7회 말 2사 만루 상황을 만들었으나 주자를 불러들이는 데에는 실패했고, 결국 콜드게임이 선언됐다.

최종 스코어는 0-21. 이날 경기를 포함한 역대 전적은 9전 9패. 하지만 서울대 선수들의 얼굴에선 실망과 좌절의 그림자 대신 마음껏 뛰었다는 만족감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도쿄대의 한 선수는 “공부만 하던 학생들이 도전하는 모습이 매우 감명깊었다”고 했다. 경기를 지켜본 시민 김관형(33)씨도 “승패를 떠나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멋있었다”며 “선수들의 열정이 그대로 전달됐다”고 말했다.

▲ 이광환 서울대 야구부 감독

이광환 서울대 야구부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선수들의 어깨를 일일이 두드려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 감독은 “우리는 항상 이 정도 점수차로 진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 감독은 “교류전은 승리가 목적이 아니야. 경기를 통해 친구도 사귀고 많이 보고 배우고 거지”라며 “이 사회의 리더가 될 가능성이 높은 친구들인데 분명히 좋은 경험이 되지 않겠어”라고 말했다.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라는 명언을 남겼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요기 베라의 명언이 떠올랐다. 서울대 야구부의 도전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