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딴따라를 위하여”
“지속가능한 딴따라를 위하여”
  • 김동현
  • 승인 2016.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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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화화폐 도입도 한 방법
건강한 경제 생태계 구축 기여

민선 6기 제주도정의 목표는 ‘사람·자연·문화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다. 이러한 도정 목표는 전임 도정에 비해 제주가 지닌 지역성을 바탕으로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민선 6기 도정 목표가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현되고 있는가는 따져볼 문제다. 원희룡 도정은 국내 문화정책의 제도적인 변화와 맞물려 중요한 전기점을 맞고 있는 시기에 출범했다. 2014년 문화기본법 제정과 2015년 지역문화진흥법에 이은 2016년 문학진흥법 시행은 새로운 문화 정책의 방향 전환을 지역 단위에서 실현해야 하는 과제를 던져주었다.

문화기본법과 지역문화진흥법에서는 문화를 “문화예술, 생활양식, 공동체적 삶의 방식, 가치 체계, 전통 및 신념 등을 포함하는 사회나 사회 구성원의 고유한 정신적·물질적·지적·감성적 특성의 총체”라고 규정하고 있다.

제주가 진정한 문화예술 섬이 되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예술 공연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 삶의 양식을 문화로 재구성하는 작업, ‘문화의 사회화’ 과정이 필요하다. 제주인의 삶의 토대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문화의 힘이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문화예술의 섬은 ‘문화예술을 통한 공동체의 회복’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 이후 지난 10년 동안 추진해온 대부분의 정책들은 ‘국제자유도시’를 향해 가는 불도저식 추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자본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투자이민제도 도입과 7대 선도프로젝트로 대표되는 개발 위주의 정책은 문화를 통한 공동체의 회복이라기보다는 신자유주의적 개발방식을 제주 땅에 강제하는 과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진정한 의미의 문화는 실종되고 관리가능하고 통제가 용이한 ‘안전한 문화’만이 행정적 편의에 의해 선택되어왔다. 그동안 문화를 대하는 행정의 발화 방식은 ‘문화’가 지닌 단독의 지위를 박탈해 왔다.

공동체의 복원을 위한 문화와 함께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딴따라’를 위한 물질적 토대 구축도 시급하다. 문화가 예술적, 지적 생산물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생산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배고파야 예술을 한다’라는 말은 문화예술이 노동이 아니라는 환상을 심어줬다. 문화예술은 본질적으로 노동 행위이다.

예로부터 노동과 놀이는 분리되지 않았다. 노동에서 놀이가 나왔고 놀이가 노동의 고단함을 잊게 했다. 문화를 향유하는 일, 문화를 생산하는 일은 그 자체로 사회적 자산을 풍부하게 하는 행위이다. 그런 점에서 문화가 돈이 되는 사회를 꿈꾸는 것은 예술에 대한 모독이 아니다.

‘지속가능한 딴따라’를 지역에서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없는가. 하나의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이른바 ‘지역 문화 화폐(Local Culture Currency)’다. 그동안 지역화폐에 대한 논의는 국내외에서 꾸준하게 제기된 바 있다. 교환가치로서의 화폐의 역할을 되돌아보면서 건강한 지역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운동이 바로 지역화폐 운동이다.

이미 캐나다·독일 등에서 지역화폐 운동의 성공 모델이 자리잡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전의 한밭 렛츠 등이 지역화폐 운동을 통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제주에서 ‘문화’를 기본으로 한 지역문화 화폐를 시도해 볼 수 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도내 문화 창작자와 문화 향유자, 그리고 중소상공인들이 함께 하는 가칭 ‘아트 뱅킹’을 설립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역문화 화폐의 도입은 화폐에 대한 근본적 성찰에서 출발한다. 부(富)의 무한 증식 수단으로서의 화폐가 아니라 재화와 서비스의 교환을 위한 도구라는 화폐의 의미를 성찰하고 이를 문화에 입히려는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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