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제주를 찾은 크루즈 관광객은 해양수산부 집계 결과 50만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크루즈 관광객(72만명)의 약 70%에 달하는 규모다. 내년엔 크루즈가 대폭 늘어 제주의 경우 1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해수부는 크루즈 관광객이 150만명에 달하면 1조5000억원, 220만명이면 2조2000억원의 지역 소비지출 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1인당 평균 지출액을 886달러(102만원)로 추산한 결과다.
이 기준에 따르면 내년도 제주관광은 크루즈 하나 갖고도 ‘대박’이다. 1조5000억원의 소비지출 효과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이에 대해 도내 관광업계에선 ‘천만의 말씀’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크루즈 관광객이 아무리 늘어도 정작 지역상권엔 거의 도움이 안 되는, 겉만 번지르르한 ‘속빈 강정’ 혹은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는 분명한 사실로 드러난다. 크루즈 기항시간은 평균 5~6시간에 불과하다. 시간에 쫓기다 보니 관광객들은 외국인 전용 면세점에서 쇼핑하거나 무료관광지 1~2곳을 들리는 것이 고작이다. 소비지출 효과가 특정 여행사나 면세점 등 쇼핑업계에 국한돼 지역상권이 느끼는 체감도는 아주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루즈 관광의 ‘열매’를 지역상권에 돌리기 위해선 제주자치도 등 관계당국이 적극 나서 크루즈 관광패턴을 바꾸는데 주력해야 한다. 인두세와 송객수수료 지급 등에 따른 저가관광상품 정비도 급선무다. 이를 먼저 해결하지 않고 크루즈 관광객을 제주관광의 ‘만병통치약’ 쯤으로 홍보하는 것은 ‘뜬구름 잡는 소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