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예술의 일상화시대
경제적 측면서도 큰 의미 가져
한류로 많은 중국인들 유인
현 제주도정 문화 왕따 분위기
국립국악원 분원 설치 동의 안해
도립합창단 지휘자 문제도 유감
예술이 그저 호사가의 유희나 취미로 생각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사람의 심성을 변화 시킬 뿐 아니라 삶의 질을 결정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도 문화 예술의 역할이 중요하다.
문화 예술적인 안목 없이는 기능과 아름다움을 갖춘 품위 있는 도시 건축도 불가능하고 아무리 좋다는 물건도 디자인이 따라주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 세상이다. 그러므로 지역 사회는 물론 국가 차원에서도 문화 예술을 전략적 산업의 하나로 인식, 사람을 키우고 있다. 문화 예술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잘 만들어진 영화나 드라마 한 편이 수 천대 자동차 수출보다 경제효과가 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더더욱 질 높은 관광객을 유치해야하고, 관광지로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제주로서는 문화 예술에 대한 투자가 어느 분야보다 시급하다 할 것이다.
흐르는 강물처럼 문화는 낮은 곳으로 흘러든다. 지난 천년 우리가 선진 문화를 전해 줬다고 자랑하던 일본의 문화가 여과 없이 우리에게 흘러드는 현상이나, 몇 천 년 그들의 문화적 영향 하에 있었다는 한국 문화가 역류를 형성해 ‘한류(韓流)’라는 이름으로 중국 본토인들을 끌어들여 서울의 명동과 제주의 연동을 뒤덮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것이다.
이제 이런 연유로 경제·정치·종교·교육·관광·지역 개발·무역을 막론하고 어느 분야든 문화적인 마인드 없이 접근한다는 것은 실패를 전제로 시작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제주가 지향한다는 국제자유도시 문제도 돈을 만들어내는 소비 지향적 도시를 마음에 둘 것이 아니라 제주인의 문화적 삶의 양식과 질이 우선시 돼야 할 것이다.
이제 돈이 문화를 찾아 흘러드는 세상이 되었으니까 하는 소리다. 도시의 인프라 형성에도 교통과 통신, 길과 건물, 물류의 유통 등 많은 고려 사항이 있겠지만 제주의 고유한 색깔과 모양·향취·아름다운 자연과의 어우러짐이 더 중요한 고려 대상이 돼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문화적인 소양과 가치들이 제주의 국제적인 부가 가치를 높여주고 그 가치를 지속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다행히 현 제주 지방정부가 표방하는 정책 비전이 ‘자연·문화·사람을 키우는 제주’다. 제주가 자랑하는 자연과 사람만큼이나 문화도 중요시하겠다는 의지의 표시로 보여 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 제주도정의 행정을 들여다보면 ‘문화가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한 예가 국립국악원 분원 설치다. 국립국악원이 제주에 분원설치를 결정하고 JDC에서 신화공원 개발 지역 내 2만평 가량의 땅을 내놓기로 했으나 사업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국립국악원 제주분원 설치에 대한 제주도정의 동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서로 국악원 분원설치를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도정의 자세가 이해되지 않는다.
국립국악원 분원이 유치되면 제주에 돌아오는 혜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악 관련 수준 높은 학교 교육과 성인 교육,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제주민의 새로운 인식과 활성화, 품위 있는 한국 전통음악과 국제 관광문화의 퓨전 등 국립국악원 제주분원은 다양한 시너지 효과들을 만들어 낼 것이다.
다른 하나는 요즈음 논란이 되고 있는 제주도립합창단 지휘자 문제다. 조지웅 지휘자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해 지방노동위원회에서 “해고이유가 적절치 않다”고 부당해고 판결을 내린 사안이다. 그런데 제주시는 이러한 국가기관의 결정을 인정 않고 다시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정말 능력 있는 사람을 지휘자로 뽑아 음악적 측면의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일임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줬으면 한다.
물론 합창단 운영의 행정적인 면은 시에서 관여할 수 있겠지만 예술적인 측면은 철저히 지휘자와 합창 단원들의 몫으로 넘겨줘야 할 것이다. 예술은 예술가에게 전적으로 맡겨 소신껏 제주 문화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민들도 지방정부도 지원세력이 돼야 한다. 제주 문화는 제주인의 애정을 먹고 자라는 생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