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계획 현상공모 잡음·전문인력 계획 부재 운영난 봉착 가능성
‘저지문화예술인마을 문화지구’ 내 세워지는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이하 김창열미술관)이 9월 개관한다. 평생 500여점의 그림을 그렸다는 김 화백이 자신의 대표작들을 대거 기증하면서 지역 대표 문화예술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김창열 미술관에 대한 우려도 기대만큼 높은 것도 사실이다. 김창열 미술관의 향후 과제를 짚어본다.
▲제주에 미술관 지으려는 이유는?
김창열 미술관은 2013년 김 화백이 제주도에 본인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건립해 준다면 60여 년 동안 그린 작품 중 시대별 대표작품을 기증하겠다는 제안서를 제출하며 건립이 성사됐다.
그가 기증한 작품 200여 점은 1957년부터 2013년까지의 작품들로 최소 210억 원의 가치 평가를 받고 있다.
1952년 6·25 당시 1년 6개월 동안 제주에 머물렀던 김 화백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제주를 ‘마음의 고향’이라 소개해 왔다.
이북에서 제주까지 피난을 왔던 평안남도 맹산 출신의 청년화가는 뉴욕·프랑스에서 40여 년을 공부를 하다 이제 ‘물방울 화가’라는 세계적인 거장이 돼 제주에서 다시 본인의 기량을 펼치고자 한다.

▲논란
김창열 미술관은 건축계획 현상공모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제기 됐었다. 공모과정에서 사업비 30억 원 또는 연면적 1650㎡ 이상일 경우 도 건축지적과에서 대행한다는 지침에도 문화정책과에서 진행해 논란이 불거졌다.
또 현상공모 심사위원회에 김 화백을 당연직으로 포함하며 잘못된 현상공모라는 지적이 일었고, 김 화백 본인이 건축사사무소를 통해 자신이 의도하는 작품을 가져온다는 의혹도 일었다.
더욱이 현상공모 작품 응모작을 심사직후 낙선작의 도면과 모형을 전량 폐기하며, ‘공공건물 설계경기(현상공모)기준’을 위배하기도 했다.

▲화가 이름 건 미술관 설립 붐 ‘글쎄’
유럽·미국 등에서는 유명 작가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 지역을 알리는 문화콘텐츠로 각광받으며 관광객 유치에 기여 하고 있다. 이에 전국 각지에서는 너도 나도 이러한 미술관들을 벤치마킹하면서 화가 이름을 건 미술관 설립 ‘붐’이 일었다.
김창열미술관을 비롯해 장욱진미술관(경기 양주), 이상원미술관(춘천), 전광영미술관(경기 판교) 등이 있다. 또 향후 5년 내 적어도 10여 곳이 추가 건립될 예정이다.
미술계 관계자는 “최근 미술계에서는 죽기 전 자신의 이름을 건 미술관을 짓는 것을 ‘스스로 훈장을 단다’고 한다”면서 “미술관 건립은 사후 후손들이 평가하고 업적을 기리기 위해 논하는 것이지 본인 기증으로 건립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제주에 맺힌 ‘물방울’ 향후 과제
경남 진주 시립 이성자 미술관은 개관 당시 한국 첫 추상화가인 이 화백의 전시공간 마련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관장도 학예사도 없는 미등록 미술관으로 전시프로그램은 물론 즐길 거리가 부족해 지역민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또 혁신도시가 완성되지 않은 곳에 미술관을 조성하면서 하루 평균 관람객이 20여명에 불과, 관람객 확보에도 실패했다.
개관이 2달 남아 있기는 하지만 김창열 미술관은 아직 관장과 학예사도 정하지 못한 상태다. 제주도는 개방형 직위 규정 정비 단계를 거쳐 관장 채용 공고가 나가려면 빠르면 한 달 늦으면 8월 초순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심지어 화가의 작품을 관리하고 미술관 기획 및 프로그램 운영을 책임질 전문 학예사 채용 여부는 불투명하다. 도 문화정책과는 “학예사는 우선 채용하지 않을 예정이고, 아니면 다른 곳의 인력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술계 관계자는 “이름을 건 미술관을 세우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기증 작품관리, 미술관 운영에 대한 장기적이고 구체적 플랜 없이는 지속적인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며 “의욕을 갖고 많은 돈을 들여 시작하는 만큼 전문가들의 의견 등을 반영한 체계적인 관리와 관심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많은 기대를 받으며 개관하는 김창열 미술관. 도민 혈세를 먹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개관 전부터 전문적인 인력과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