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제주도의회 정례회에서 부결(否決)됐던 ‘제주도 공무원 정원조례 개정안’이 일주일 만에 번복되며 원안 통과됐다. 28일 진행된 도의회 ‘원 포인트 임시회’를 통해서다.
이로써 원희룡 도정의 하반기 정기인사는 차질을 피하게 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도의회가 보인 행태는 그야말로 도민들을 우롱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일주일 전 부결된 안건을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원안통과’ 시킨 것은 자신들의 심의가 잘못됐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스스로가 공신력(公信力)을 떨어뜨렸으니 앞으로 도의원들의 안건 심의 능력과 그 바탕에 깔린 ‘저의’를 도민들이 어떻게 해석하고 바라보겠는가.
당초 정원조례 개정안은 21일 열린 도의회 정례회(제341회)에 상정됐다. 주된 내용은 정원 98명을 증원하는 것이었다. 이에 행자위 소속 도의원들은 하나같이 날선 비판과 함께 호통성 질의를 쏟아냈다.
김영보 의원은 “지난해 실시된 조직진단 용역에서 공무원은 135명 증원, 공무직(무기계약직)은 218명을 감원하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이번 개정안을 보면 공무직은 감원 않고 일반 공무원만 증원하는 이유가 뭐냐”고 몰아붙였다.
김경학 의원도 “조직진단 용역은 참고용이었냐”며 “용역비 3억원을 허공에 날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정식 행자위원장 또한 특별자치도 출범 취지가 ‘저(低)비용 고(高)효율’이었음을 강조하며, “효율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조직설계가 필요하다”고 질타했었다.
제주자치도의 경우 예산 대비 인건비 비중이 14.85%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높다. 때문에 정원조정이 필요하고 3억원의 혈세(血稅)를 들인 용역결과도 그렇게 나왔다. 이를 반영하듯 도의회 본회의에서 이 안건은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었다.
그러나 질타성 질의도, 으름장도 모두가 ‘보여주기 쇼’였다. 그 사이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도 일주일 후 도가 제출한 내용 그대로 원안 통과됐으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렇다면 무려 3억까지 들여가며 조직진단 용역은 뭐하러 했는가. 이를 외면하는 집행부나 도정에 대한 감시역할을 포기한 도의회의 존재 이유는 과연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혹여 도의회는 도정의 하반기 정기인사 차질을 우려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변명할 것인가. 집행부와 어떤 ‘밀약(密約)’이 오갔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도의회라면 존재할 가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