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례개정안 일방적·공익성 결여
하여(何如) 아닌 여하(如何)의 정책
도시계획이란 도시라는 공간을 대상으로 도시가 원활히 기능하고 미래에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이러한 도시계획은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헌법에서 정한 ‘국민 모두의,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은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국민의 합의. 즉 원희룡 도정에서 말하고 있는 협치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원도정에서 말하는 협치는 ‘큰 틀에서 관이 독점하던 정책결정 집행권을 주민들이 참여하고 권한까지 부여한 수평적 협력, 즉 의사결정을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번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은 이러한 의사결정과정이 전혀 없었다. 입법예고 후 공청회를 통해 ‘도민 의사 수렴’이라는 명분을 내세울지는 모르지만, 이는 이미 만들어진 도시계획조례를 설명하는 차원의 수준이지 도시계획조례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정책입안 과정의 도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도민사회의 반발과 공청회 파행이라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얼마 전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주최한 ‘평화·여성·미래: 제주사회 평화실현’ 포럼에서도 도내 갈등의 주요원인을 행정의 일방적 정책추진으로 꼽았다. 강정·제2공항·영리병원과 이번 도시계획조례의 갈등이 행정의 일방적 정책추진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난개발과 부동산, 주택문제 등의 심각성에 대한 도민 공감대가 형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도시계획조례 개정안 공청회가 파행된 것이 시사하는 바를 도정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번 도시계획조례는 ‘공익성’의 문제도 있다. 원도정은 조례 개정안의 배경으로 난개발과 주택공급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부동산 급등문제 등 여러 문제에 대한 복합적 대안으로 선택된 것이다.
도시계획조례 개정안 중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제한과 의무’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공익성이 보장돼야 하고, 공익성의 대상과 명분이 명확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번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의 경우 지역 도민은 피해를 받을 수 있고, 대규모 자본을 제어하지는 못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는 것이어서 도정에서 말하는 공익성과 사회적약자의 보호 등을 위한다는 명분에 과연 합당한 것일까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농어촌 지역의 열심히 농사를 짓는 농부의 집은 못 지어도 지구단위계획·주택사업승인에 의한 주택단지 조성 등 대규모 자본에 의한 개발은 허(許) 하고자 하는 것이 누구를 위하는 것일까? 또한 도심의 자연녹지지역에서도 다세대 주택에 대하여 30세대이상 주택사업승인 대상만을 허용하겠다는 것은 주택건설사업자만 주택건설사업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지역의 소규모건설업체에 대한 배려와 상생발전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 아닐까?
부동산의 가치문제는 도시계획으로 좌우할 수 없고 좌우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도시계획은 앞서 말했듯 공익적 의사결정과정이 최우선적 요소가 돼야 한다. 이는 누군가의 재산가치가 상승하고 하락하고의 재산가치적 의사결정이 아닌 공익적 가치가 최우선되어 도민이 어떻게 하면 제주도에서 더욱 편리하게 생활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전제돼야 한다.
여하(如何)와 하여(何如)라는 말이 있다. 여하는 ‘당신의 뜻은 무엇입니까?’라는 의견을 묻는 것이고, 하여는 ‘답은 정해져있으니 당신은 동의할지 대답만 해라’라는 의미인 것이다. 이번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추진함에 있어 도민들에게 ‘여하’와 같은 의미로 정책수립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의 참여를 유도하고 공감대를 먼저 형성하는 것이 우리 도가 처한 난개발·주택문제 및 부동산문제에 대한 정책결정의 해법을 찾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