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안’ 승리…공직사회 요동친다
‘혁신안’ 승리…공직사회 요동친다
  • 정흥남 기자
  • 승인 2005.0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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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한 시장.군수 벌써 레임덕

시.군 일부 공무원들 “마지막 기댈 곳은 헌재 뿐” 초조
관료집단 벌써 道廳 눈치보기...제주도 ‘함박웃음’ 자축

제주도를 단일 행정계층으로 하는 ‘혁신안’이 10%이상 차이로 ‘점진안’을 누른 행정계층구조 주민투표가 마무리 된 28일 오전 제주시청.
한 공무원은 “앞으로 제주도와 관계설정이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대뜸 털어놨다.
또 다른 공무원은 “앞으로 도와 시.군의 관계가 종전처럼 완벽한 형태의 수직관계로 전개될 경우 민선이후 대등한 관계에서 형성된 제주도와 시.군의 관계는 혁명적으로 바뀔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 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제주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귀포시와 남제주군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 공무원은 “행정구조개편으로 앞으로 시장.군수의 임기가 1년도 안 남았는데 누가 종전처럼 고분고분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상황이 이렇게 전개될 것을 예상했더라면 차라리 선거불참 운동을 펼쳤어야 했다”고 후회하기도 했다.
곳곳에서 시장.군수의 임기말 권력누수인 이른바 레임덕 현상이 분출되는 것이 엿보였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와 여당이 이번 주민투표결과를 토대로 오는 9월 정기국회에 관련법 상정이 현실화될 경우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고위공무원들은 벌써부터 이번 투표를 통해 사실상 시.군을 제압한 제주도의 ‘동향’에 촉각을 곧두세우기도 했다.
행정체계가 제주도청을 정점으로 한 수직적 행태인 단일 계층으로 재편될 경우 현재 이들 시.군 일부 고위 공무원들이 누려온 ‘특혜적 지위’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지방선거를 통해 특정 시장.군수의 ‘사람’이라고 지칭돼 온 일부 공무원들은 새로운 행정체계 그 자체가 두려울 수 밖에 없다
급격하게 전개될 행정환경에 상당수 시.군 공무원들이 좌불안석했다.
이번 혁신안에 노골적으로 점진안을 지지해 온 일부 시.군 공무원들은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 및 남군수가 헌법재판소에 재기한 ‘권한쟁의 심판 청구’에서 승리하기를 학수고대했다.

행정수도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던 헌법재판소가 이번에는 자신들의 손을 들어주기를 숨죽이고 기대했다.
한편 28일 김영훈 제주시장과 강상주 서귀포시장, 강기권 남제주군수는 일제히 기자회견을 자청, 이번 선거의 낮은 투표율 문제와 서귀포시와 남제주 지역 전체 투표결과가 ‘점진안’을 지지했다는 이유를 들어 계층구조개편에 반대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네티즌들 간에도 찬.반 논쟁이 격렬하게 벌어졌다.

한 네티즌은 “시장.군수들이 주장하는 같은 이치로 할 때 혁신안을 많이 지지한 서귀포시 효돈동과 남군 대정.안덕 지역은 그럼 어떻게 되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이날 압도적 차이로 혁신안이 통과된 제주도청 각 사무실은 웃음꽃이 만발한 채 서로가 수고했다고 자찬하는 분위기 일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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