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조례 개정 풋귤 유통 근거 마련
출하신고 완화 1등 통신판매 지원
국민의 과일로 일컬어지던 제주감귤이 ‘위기’다. 지난 2013년 9014억원의 조수입을 기록한 이후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결국에는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생산만 하면 판매가 되었던 독점적 지위를 상실한 지도 오래다. 시장개방에 따른 고당도의 과일 수입 급증과 더불어 기록적인 한파와 겨울장마 등 생산여건이 악화된 탓이다.
물론 농민과 행정의 노력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행정은 고품질 감귤 생산을 위해 2004년부터 지금까지 자유무역협정 이행기금을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또한 농가에서도 적지 않은 자부담으로 인해 ‘농가부채 전국 1위’라는 멍에를 지면서까지 소비자가 선호하는 맛있는 감귤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중과부적(衆寡不敵)이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감귤산업은 감귤 농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주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문제이기에 대안을 모색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어떤 해법이 가능할까. 통계청에 따르면 대한민국 식품가공산업은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6.8%씩 성장하고 있으며, 연 매출액은 157조원 규모로 농림업 매출액 47조원보다 약 3.3배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국내 식품의 85%가 가공식품 또는 외식의 형태로 소비되고 있고, 과일을 포함한 신선 농수산물의 직접적 소비는 15%에 불과하다는 내용을 감안한다면 감귤이 가공 산업과의 결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감귤가공이 단순 착즙을 통한 원료공급으로 제한, 그 한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숙감귤을 이용한 기능성 음료가 소비자의 눈길을 끌면서 새로운 소비상품으로 주목받게 됐다.
지난해 기능성 가공을 목적으로 수매된 미숙과는 약 800t 가량으로 소비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통해 충분한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었다. 즉, 지금까지 생과중심의 감귤산업을 재편할 수 있는 새로운 소비시장을 발견한 것이다.
이번 감귤조례개정도 이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제도 정비로 볼 수 있다. 도의회에서도 기능성 감귤 음료 시장이 감귤산업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안점을 두고 심의했다. 물론 지난해 집행부에서 야심차게 발표하면서 추진하였던 ‘감귤혁신 5개년 계획’의 중요사항이 누락되는 등 개정안에 문제점이 많았지만,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최소한의 수정과 부대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당초 안에서 수정된 사항은 단 2가지로 ‘청귤’이라는 명칭이 기존 제주 재래귤(在來橘)과 혼동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감안하여 ‘풋귤’로 사용하도록 용어를 수정했다. 또 통신판매 활성화를 위해 품질검사 및 출하신고를 면제할 수 있는 범위를 기존 150㎏미만에서 300㎏미만으로 확대했다.
부대의견으로는 감귤감산정책의 수립과 시행, 풋귤의 생산 및 유통·가공에 대하여 세부적인 사항을 시행규칙에서 마련하도록 했다. 이것은 새로운 소비시장의 가능성과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잔류농약 문제 등 풋귤의 생산과 유통에 대해 그 기준을 명확히 하여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제 감귤조례가 집행부로 넘어갔다. 올해 출하되는 노지감귤에 대해 적용이 가능하겠지만, 시행규칙 등 보완해야 할 사항도 많다. 제도적 미비로 인해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새로운 감귤소비 시장을 놓쳐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기(史記)에 치병막여적시(治病莫如適時)라는 말이 있다. 세상의 명의는 병을 잘 고치는 의사가 아니라 병이 나기 전에 미리 병을 진단하고 예방하는 의사로 병이 깊어지기 전에 병을 발견하고 고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법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병을 고치는 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풋귤이라는 새로운 소비시장을 맞이하고 있는 감귤산업에도 꼭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