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한심하고 기가 막힌 일이다. 해안경관을 파괴하며 행정이 명분(名分)으로 내세운 ‘올레길 정비’도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다.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구간은 확인 결과 올레 코스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총연장 18.9㎞의 제주올레 14코스는 저지예술인정보화 마을부터 한림항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공사현장 인근인 협재~옹포리 구간은 한림로(옛 일주도로)가 올레 코스로 지정돼 있다.
또 공사와 관련 주민동의를 받지 않았음은 물론 (사)제주올레 측과의 사전 협의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레 코스가 아닌 곳에 ‘올레길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제주시는 “공사가 끝난 후 올레코스 변경을 위한 협의를 할 예정이었다”고 구차한 변명(辨明)만 늘어놓고 있다. 왜 이런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해안가에 콘크리트를 쏟아 부으며 목재데크를 시설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공사 현장은 제주도 해안(海岸)의 ‘속살’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비양도로 뻗어나간 현무암 바위 사이로 청정한 바닷물이 드나들고 해변가에 자라는 각종 식물이 초록빛으로 새까만 바위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그야말로 소박하면서도 다정다감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아닐 수 없다.
정황이 이런데도 이곳에 목재데크를 시설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도민과 관광객(특히 올레꾼)들에게 아름다운 해안 경관을 보다 가깝게 느끼게 해 주겠다는 것. 그 발상 자체에 한숨만 나온다. 그런 이유라면 비양도를 쉽게 접하게끔 다리를 만들고, 한라산에 당장 케이블카를 설치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어설픈 명분으로 해안경관까지 파괴하며 인위적인 시설을 하는 것은 도민 정서와 올레길의 취지에도 맞지 않다. 게다가 들어설 시설물의 규모 또한 만만치가 않다. 제주시에 따르면 협재리 마을안길 해변 96m 구간에 잡석을 쌓아 올레길을 만들고, 이 길과 이어지는 해안변 공유수면에는 길이 44m의 합성목재데크를 시설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안 돌출 구간엔 가로 6m, 세로 4m 규모의 전망대(展望臺)까지 설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주민들이 요구해도 계도해야 할 행정이 오히려 해안경관 파괴에 앞장서고 있으니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난감할 따름이다.
자연경관은 있는 그대로의 ‘날것’을 보는 것이 가장 아름답고 바람직스럽다. 한번 훼손되고 파괴된 자연을 다시 되돌리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제주시는 이제라도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훼손된 부분에 대해선 조속히 원상 복구시켜야 한다. 도민이나 관광객 모두 해안경관을 파괴하고 세운 전망대에서 비양도(飛揚島)를 감상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