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절반 아파트 거주
제주 또한 아파트 수요 급증세
단지 내 교통사고도 증가
문제는 도로법상 도로가 아니
사실상 교통안전 사각지대
선제적 시설개선·법령 정비 필요
우리나라 아파트 주거비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우리 국민의 49.6%가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이제 가장 대표적인 생활공간으로 아파트가 자리하고 있다. 제주도 또한 인구유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차량 보유대수 또한 늘어나면서 아파트 단지의 가장 큰 골치는 주차문제다. 뿐만 아니라 한정된 도로에 차량 소통이 늘어나면서 교통사고도 빈발하고 있다. 사소한 접촉사고가 대부분이지만 어린이나 고령자가 사망하는 사고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아파트 단지 통행로가 ‘도로법’상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도로관리청의 관리감독이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입주자 대표가 교통안전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부족하고 권한이 없어 사고 취약지점에 대한 원인조사를 할 수도 없고 과속차량을 단속할 수도 없다.
이에 따라 유사 사고에 대한 재발 위험성이 상당히 높은 통행로임에도 계속하여 교통안전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도로가 아닌 공간이라 해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라 당연히 교통사고로 처리돼야 한다.
그러나 관할 경찰관서에서는 조사인력의 부족 등을 이유로 당사자간 합의를 권유하거나 교통사고 통계로도 집계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음주 운전자에 대해서는 위반장소가 아파트 지하주차장이라 할지라도 기준치를 초과한 혈중알콜농도 상태라면 형사처벌하고 있기는 하다.
음주운전이 아니라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아파트 단지 내 통행로가 광장이나 공원, 개방된 학교운동장처럼 불특정 다수의 사람과 차량이 통행의 목적으로 들락거릴 수 있도록 공개되어 있고 교통경찰권이 미치는 장소라면 도로로 보고 있다. 그런데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아파트 단지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었다고 하더라도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없는 곳에서는 도로교통법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 건설된 아파트는 경비가 출입차량을 통제하기 때문에 도로교통법을 적용할 여지는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의 상당수가 거주하고 생활하고 공간임에도 아파트 단지는 공권력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유사한 교통사고가 계속하여 발생하는 위험한 공간으로 전락하고 있어 대책이 절실하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교통안전공단은 2012년부터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아파트 단지를 찾아가 교통사고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맞춤형 개선대책을 제시하는 교통안전점검 서비스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제주도내 2개 단지를 포함하여 지금까지 모두 150개 아파트 단지를 점검했다.
주민들의 호응도가 높아 계속 확대해 나가고 있다. 주로 단지 내 통행로의 도로 기하구조, 교통안전시설과 교통약자시설의 적정성 등에 대한 개선대책을 도출하여 관리사무소와 입주자 대표, 해당 지자체에 개선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은 공단의 자체사업으로 시행하고 있어 재원·인력 등의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 또한 법적 시행근거가 없기 때문에 전국적인 계속사업으로 추진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아파트 단지가 교통안전 사각지대에서 탈피하려면 법제도적인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국토교통부령인 ‘주택건설기준 등에 따른 규칙’을 보완하여 아파트 단지를 설계할 때 교통안전시설의 설치 위치·방법 등을 구체화하는 등 안전기준을 강화해야 해야 한다.
또한 ‘교통안전법’을 개정하여 도로안전진단의 범위를 아파트 단지 통행로에도 확대하고, ‘도로교통법’에도 음주운전의 적용을 도로 외의 공간에 확대한 것처럼 단지 내 통행로에 의무적으로 보도를 설치하게 하거나 속도제한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어린이의 주요 활동공간인 단지 내 통행로에 어린이 보호구역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파트 단지의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시설개선과 법령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람의 인명이 관련된 일은 아무리 명심하더라도 지나치지 않는다.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선제적 대책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