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윤 교수 “표현으로 유신독재시대 금기에 대응”
지난해 10월 재일(在日)작가 김석범의 ‘화산도’가 한국에서 완역 출간된 가운데 22일 제주대학교에서 열린 ‘재일제주인문학에서 세계문학으로’ 학술심포지엄에서는 그의 작품에 대해 4·3 소설로서 갖는 위상과 의미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열린 심포지엄은 김석범 문학이 디아스포라 문학으로서 지평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있지만 여전히 재일조선인 문학과의 관련성 연구에 치중되고 있어 4·3문학으로서 연구 논의를 확대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논하고 그의 문학세계를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발표에 나선 제주대학교 김동윤 교수는 “김석범도 4·3은 자신의 문학에서 매우 중요한 주제임을 역설했다”며 “그의 소설에서 4·3을 주목하는 것은 가장 우선적이고 기본적인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한국의 독자들은 4·3에 대한 김석범의 관점이 낯설다”며 “현기영의 ‘순이삼촌’으로 대표되는 민중수난사로서 4·3을 보는 관점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김 교수는 “봉기 중심 세력의 생각을 정면에서 다뤘다는 점 때문에 작품 ‘화산도’의 의미가 더욱 부각되는 것인데, 4·3이 공산당 조직에 의한 폭동이라는 것을 부각시키면서 고통스러웠던 도민의 관점이 결여됐다는 일부의 판단은 심각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김석범의 표현은 유신독재 시대에 나온 작품으로 거대하고 견고한 금기의 벽에 대응하는 진실 복원의 한 방식이었을 것”이라며 “불행으로만 4·3을 볼 것이 아니라 지구적 시각에서 4·3을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화산도에는 4·3이 대참사의 비극으로 치닫게 된 데 따른 작가의 안타까운 심정이 오롯이 드러나 있다고 했다. 당시 작가가 그 현장에 함께 하지 못한 데 대한 죄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했다.
김 교수는 “김석범은 4·3봉기의 정당성에는 근본적으로 동의하지만, 그 희생은 불가피한 것이었나 하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며 “수많은 인명의 희생에는 미국, 이승만, 토벌군경에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용의주도한 대책도 없이 봉기를 일으키고 섬을 빠져나간 무장대 지도부에도 책임이 있고, 어떻게 해서든 희생을 최소화했어야 한다는 신념을 주인공 이방근을 통해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화산도 번역가 김환기 동국대 일본학연구소장은 “이번 심포지엄은 한국 학자를 중심으로 화산도를 분석하고 의미를 학술적으로 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라며 “그의 문학 세계에 대한 본격적이고 새로운 연구의 지평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이번 심포지엄은 김석범의 문학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기 위해 제주대학교 재일제주인센터(센터장 최현)와 탐라문화연구원(원장 김동윤)이 공동으로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