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정이 내세운 미래비전의 핵심가치는 바로 ‘청정과 공존’이다. 그러나 말만 그럴싸할 뿐, 일선 행정엔 이러한 철학이 파급되지 못한 채 경관파괴 등의 엉뚱한 결과만 낳고 있다.
환경·관광지구 변경허가 없이 곽지과물해변 해수풀장 사업을 추진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제주시가 원상복구 결정을 내린 것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었다. 그랬던 시가 이번엔 공유수면(公有水面)과 인근 경관을 훼손하는 사업에 앞장서고 있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비양도가 훤히 보이는 한림읍 협재리의 공유수면. 확인 결과 이미 기초 콘크리트 타설은 완료됐고, 목재데크를 올리기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이 공사는 올레길 정비기본계획에 따라 지난 4월부터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레 14코스 주변 벽화작업과 위험지역 전석 쌓기에 이어, 목재데크 설치도 그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기엔 모두 3억2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문제는 공유수면까지 파헤치며 목재데크를 설치하는 목적이 다름 아닌 ‘사진촬영장소’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해당 지역 경관(景觀)이 너무 좋아 올레꾼이 원한다는 게 그 이유다.
이와 관련 제주시 관계자는 “이 사업은 한림읍의 요청에 따라 소도읍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일부 공정은 (사)제주올레와 상의 후 진행하는 것으로 공유수면 점·사용허가도 받았다”고 강조했다. 참으로 궁색한 변명이 아닐 수 없다.
고작 ‘사진촬영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해안을 후벼내고 콘크리트까지 덧씌우는 게 말이나 될법한 일인가. 이를 위해 공유수면 점·사용허가를 내준 것도 결국 행정이다. 제주올레와도 상의한 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하는데 사단법인인 제주올레가 마치 제주시의 ‘상전(上典)’이라도 되는 투다.
더욱이 목재데크가 들어서는 곳은 개인이 운영하는 대형 카페 및 레스토랑 바로 앞이라고 한다. 공공용으로 설치된 시설물들이 대부분 인근 상가의 부속 시설로 ‘사유화(私有化)’되어 사용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 목재데크 역시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행정이 뚜렷한 명분(名分)과 지역주민의 동의도 없이 공유수면 등의 해안경관을 마구 훼손하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처사다. 곽지과물해변 해수풀장처럼 이 사업 또한 원상 복구되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