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상권 소송 해군에 일침
제주도민 만만히 보고 무시한다
제주대표로서 발언 적극 지지
해군 상생위한 변화 필요
응답 없으면 합법적 ‘몽니’도 방법
이젠 ‘그들을’ 돌아가게 하자
“해군이 제주도민을 무시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모처럼 해군에 뿔냈다. 강정마을을 상대로 34억5000만원의 구상권 청구소송을 제기해 놓고는 귀먹은 듯 눈 먼 듯 “철회하라”는 지역 여론을 모른 척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 지사는 21일 도청 기자실을 찾아 먼저 말을 시작했으니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셈이다. 지사는 이날 “법을 어기겠다는 것이 아니라 왜 강정이 먼저냐”는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했다.
사법고시 수석 출신의 변호사답게 논리는 명쾌했다. 원 지사는 도룡뇽 살리기를 위한 지율스님의 단식(2004년)으로 KTX 천성산 터널공사 피해가 1조5000억원에 달했고 현재 진행 중인 밀양송전탑 반대운동에 따른 한전의 손해가 막심한데도 단 한 푼도 구상금 청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 지사는 “이건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단언하며 “왜 강정부터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이는 제주도민을 만만히 봤기 때문에, 무시하는 문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해군에선 법이라고 얘기하지만, 법은 형평성 있어야 하는데 (강정에 대해서만 구상권을 청구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에) 감정의 문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원 지사의 의견에 십분 공감한다. 그리고 지사의 ‘뿔’을 적극 지지한다. 제주도민의 자존심을 보여준 것이다. 제주도민의 대표로서 할 말을 했다.
해군의 오만함에 대한 ‘경고’다. 해군기지 건설을 명분으로 강정마을에 ‘굴러온 돌’ 해군이 ‘박혀있던’ 주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 완전히 ‘독불장군’이다. 해군은 당초 해군기지 건설에 앞서 지역경제에 도움은 물론 주민과의 상생도 얘기했던 것으로 제주도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화장실 갈 때 다르고 올 때 다르더니만 꼭 그 짝이다. 해군이 지역민과 갈등을 해결하기는커녕 조장하는 양상이다. 올 1월1일 있었던 ‘함상 해맞이 행사’나 2월26일의 해군기지 준공식 등 해군이 주최하는 행사에 우호적인 주민과 관계자만 초청하고 강정마을회 등 반대 측은 배제하는 식이다. 참으로 치졸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대양해군을 지향하면서 하는 짓은 옹졸하다.
해군이 계속 이렇게 나온다면 제주도도 무엇인가 대응책이 필요하다. 제주도민의 이름으로 보여줘야 한다. 굴러온 돌이 이럴 수는 없다. 경우를 모르면 가르쳐야 한다. 말로 되지 않으면 행동이다.
해군이 강정 등 제주에서 필요한 행정행위에 대해 법적 틀 내에서 ‘몽니’를 보여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인허가 서류에 대한 ‘보완 지시’도 제주도가 해군에게 할 수 있는, 제주도민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한 선의의 갑질일 수 있다. 일종의 ‘준법투쟁(遵法鬪爭)’이다.
무엇보다 해군이 변해야 한다. 제주도민에 대한 작금의 태도는 밉지만 해군은 운명을 같이해야 할 대한민국 군대다. 같이 하기 위해선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제주도 해변의 조그만 마을 강정주민들에게 던져진 구상금 34억5000만원의 크기와 아픔도 해군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해한다면 행동이다. 그것은 구상권 청구소송 취소다. 사면복권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사법 처리를 받은 사람은 강정주민과 시민단체 회원 등 660명을 넘는다. 주민들이 물어야 할 벌금만도 4억원 가까이 된다.
그들이 왜 전과자가 되고 빚쟁이가 됐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해군이, 대한민국 정부가 해군기지 건설을 강정에서 하지 않았으면 결코 발생하지 않았을 일들이다. 결자해지가 세상의 순리다.
그리고 해군은 원하는 걸 얻었다. 하지만 주민은 잃었다. 그렇다면 누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가는 물어볼 필요조차 없다. ‘제주해군기지 신규소요결정’이 1993년 내려졌으니 해군기지 완공으로 국방부와 해군은 20여년 숙원사업을 해결했다. 주민들은 전과자로 내몰리고 벌금과 구상권 청구소송 등으로 완전히 거덜 날 판이다.
대한민국 정부의 결단을 촉구한다. ‘출구’를 만들어주자. 10년 투쟁으로 지친 강정마을 주민들이 벌금과 보상금 등 사법적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사면과 청구소송 철회뿐임을 거듭 강조한다.
그리곤 이제 그들을 가정으로 돌아가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