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정방폭포 인근 절벽 위에 있는 ‘소라의 성’ 건물은 한국 현대건축의 거장(巨匠)인 고(故) 김중업씨가 설계한 작품이다. 지난 1969년 12월 지상 2층(연면적 234㎡) 규모로 건축됐는데 그동안 ‘제주의 명물’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암벽 붕괴 위험이 크다는 판단에 의거, 서귀포시가 지난 2008년 이 건물을 8억원에 매입했다. 당초 계획은 철거가 목적이었으나 보전(保全) 가치가 있다는 여론에 따라 뒤늦게 ‘복합 문화공간’으로 조성해 활용키로 방향을 전환했다.
건축가의 명성과 건물(소라의 성)의 작품성을 감안하면 서귀포시의 결정은 아주 바람직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복합 문화공간은 말 뿐으로, 이후 ‘소라의 성’ 건물 1층은 최근까지 올레안내센터로 사용되는데 그쳤다. 또 2층은 (사)제주올레 사무국 사무실로 사용되다 2014년 폐쇄(閉鎖)된 후 빈 공간으로 방치되고 있다.
앞서 서귀포시는 2014년 4월 시행된 정밀안전진단 용역 결과 C등급이 나옴에 따라 보수 보강공사에 들어갔었다. 올해 역시 예산 4억원을 들여 바닥 균열 보수 및 옥상 방수, 안전 울타리 설치 등의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 건물을 서귀포시가 매입한지 벌써 8년이 지났다. 하지만 정작 목표로 했던 ‘복합 문화공간’ 조성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지금껏 보수·보강 공사만 되풀이하고 있다. 본말(本末)이 전도된 셈이다.
서귀포시는 변명만 늘어 놓지 말고 향후 ‘소라의 성’ 활용 방안에 대해 복합 문화공간으로 조성하든, 아니면 다른 계획이 있는지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언제까지 도민들의 혈세(血稅)를 축내며 건물 보수·보강 공사에만 매달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