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아니라 숲을 보는 정책 기대
나무 아니라 숲을 보는 정책 기대
  • 백승주
  • 승인 2016.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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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기업 사업 다각화 ‘객기’
문제는 공감대 없는 자의적 판단
행정도 시장주의 배격 양상

개발공사·JDC ‘곁눈질’ 우려
설립 취지 맞는 역할 최선 바람직
공정 시장질서 교란 가능성도

최근 제주도내 공기업들이 개발 붐(boom)에 편승, 성공을 장담하며 사업의 다각화를 서둘고 있다. 문제는 도민적인 합의 또는 사회적 공감대 없이 자의적인 판단을 앞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정도(正道)로 지키면서 열과 성으로 제주개발에 진력해도 “잘한다”는 평가를 받기가 전혀 쉽지 않은 터에 객기를 부리 듯하고 있다.

사실 제주개발은 국제화·자유화·개방화를 기치로 민간주도의 고도화된 시장경제질서가 역내에 유지되는 국제자유도시 조성이다. 그래서 제주에서의 모든 자원 배분은 가능하다면 항상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행정은 정책적으로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즉 특정 재화나 서비스가 필요한 만큼 시장에 공급되지 않는 독점 또는 과점상황 또는 수요에도 불구하고 생산되지 않거나 거래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특수한 경우, 소위 ‘시장실패’ 상황을 제외하고는 행정은 가능하면 모든 자원 배분이 민간시장에서 이루어지도록 정책적 조율을 우선해야 한다. 특히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한다면 말이다.

그럼에도 제주공동체는 미래를 위해 역내 시장질서의 효율성을 강화하는 조치를 선호하기보다는 시장주의를 배격하는 듯한 모습이다. 이를 테면 자원개발에 있어 ‘행정우월주의 내지는 행정편의주의 하에서’ 행정 또는 여타 공조직이 제시한 자의적인 공공성 강화를 명분으로 공기업 우선주의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경향이 짙다. 풍력개발이나 삼다수 개발사업자가 공기업인 것은 이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 돈 있는 자에게 ‘빼앗긴다’는 심적 부담이 이러한 결정의 발로인 듯하다.

관료사회는 립(lip)서비스로 자주적·자립적 제주개발을 위한 밑천, 즉 민간향토자본조성의 필요성이나 당위성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이를 무시하기 일쑤다. 특히 국내외 거대자본을 향해서는 읍소하듯 특혜를 제시하며 투자를 권유하면서도 도민 또는 도외도민의 창의성과 기업가정신을 높이 사는 데는 매우 인색하기 짝이 없다.

사실 JDC는 국제자유도시의 효율적 추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가공기업으로서 모든 것을 여기에 걸어야 한다. 샛길로 빠져서는 안 된다. 복합합승센터와 연계한 친환경 광역교통시스템 구축사업이나 심각한 주택난과 집값 폭등에 대비한 안정적인 도민 주거지 조성사업에 참여할 명분도 당위성도 그리 크지 않다.

그간 벌여 놓은 사업들을 들여 다 보면 그것들을 뒷마무리하는데도 여간 쉽지 않을 것이다. 공공성이 강한 광역교통시스템 구축은 제주개발행정이 하면 그만이고, 영리성이 강한 아파트 건설은 LH 공사나 민간아파트사업자가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하면 그만일 것이다.

JDC가 한가하게 이런 사업들에 뛰어들어 그렇게 번 돈을 제주개발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명분을 넋두리 하듯 늘어놓아도 괜찮을 만큼 현재 제주개발상황이 객관적으로 전혀 녹록치 않다. 문제들 또한 첩첩산중이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자연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차원에서 물장사를 위해 탄생한 공기업이다. 그럼에도 그 본지를 벗어나 개발공사는 최근 공격적으로 직원 신규채용을 늘리면서 공공임대주택 사업, 국공유지를 활용한 택지개발 사업, 한시적 골재채취사업, 탄산수사업 등에 본격 진출할 채비를 서둘고 있다.

어떻든 지방공기업은 항상 기업의 경제성과 공공복리 증대를 위해 기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감독기관은 ‘냉정’해야 한다. 공기업을 통해 단기적으로 청년일자리 창출이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 하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공기업의 특정사업 시행이 민간시장경제를 위축시키거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제 질서를 해치거나 환경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차단함이 상책이다.

감독기관이 이를 무시하고 JDC나 개발공사 등의 사업 다각화를 허용하는 경우 도민향토자본의 조성을 위축시킬 수도 있고, 공정한 시장경제질서를 교란시킬 우려가 있다. 특히 골재채취의 경우 행정 스스로 난개발이나 환경훼손을 조장한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듯하다. 모쪼록 나무만 아니라 숲을 보는 정책들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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