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푼 아끼려다 보육 차질
행정 주도 소탐대실 전형
몇푼 아끼려다 보육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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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6.0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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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보육 기획] <중> 어린이집 교사들의 불만
제도시행 비용부담 학부모와 원에
“보육 질 떨어지고 경영 악화 자명”
▲ 20일 오후 서울 금천구 한 가정어린이 집에서 관계자가 걸어가고 있다. 이날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 소속 원장과 학부모운영위원회위원은 맞춤형 보육시행과 관련, 오는 23-24일 어린이집 휴원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다.연합뉴스

“3시에 하원해야 하는 아이들은 오후 간식도 못 먹고 집으로 가야 해요.”

“차량 동승교사가 없어 다른 반 담임을 번갈아 태우면 그 반 아이들은 누가 맡나요?”

정부가 외벌이 가정의 어린이집 이용을 제한하는 ‘맞춤형 보육’을 7월 1일자로 강행하면서 어린이집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원아 가정을 맞벌이(종일반, 12시간 보육)와 외벌이(맞춤형, 6시간 보육)로 구분하고 외벌이 가정의 보육시간을 줄여 전체적으로 보육예산을 줄이고 보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현장에서는 정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취재 중 만난 어린이집 교사들은 “보건복지부의 ‘맞춤형 보육’ 시행 지침이 재정 절약에 방점을 두었을 뿐 아이들을 위한 정책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13년째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원장은 “아직 정식 지침이 내려온 것은 아니지만 가 안을 보면 맞춤반 아이들의 간식 횟수를 2회에서 1회 이상으로 줄이도록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어린이집에서는 오전과 오후 두 번 간식을 주는데 한 번으로 줄이면 맞춤반 아이들은 낮잠에서 깨어난 후 배고픈 상태로 집에 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지난 5월 31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맞춤형보육 지자체 담당자 워크숍에서도 담당 공무원들의 비판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운행 횟수 증가에 따른 동승교사 문제도 고스란히 보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제주시내 한 공공형 어린이집 원장은 “맞춤형 보육으로 하원 차량 운행 횟수가 한 차례 더 늘게 됐는데 동승교사를 어떻게 구해야 할지 골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보건복지부는 차량 추가 운행에 대한 비용을 학부모나 원이 자체 재원으로 충당하도록 하고 있지만 하루 1회 운행을 위해 따로 교사를 채용하는 것은 어렵다"며 "교사들이 번갈아 맡을 경우 담임이 자리를 비운 반과 그 담임을 대신하는 다른 반 담임의 아이들까지 질 낮은 보육을 제공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지원 보육료도 전체적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만 0~2세 지원료는 1인당 1만3000원에서 최대 2만1000원까지 오르는데 그치는 반면 맞춤반의 경우(만 0세 기준) 기존 80만 1000원에서 내달부터는 66만원으로 대폭 낮아진다.

보건복지부는 보육료가 높은 종일반의 비율이 70% 이상 떨어지지 않는 이상 경영에 큰 어려움을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서귀포와 김천, 가평 등지에서 실시한 시범사업 결과 종일반이 89% 이상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그러나 많은 보육 관계자들은 시범사업 당시와 달리, 정식 시행에서는 종일반 신청 기준이 까다로워 불가피 맞춤형 반으로 분류되는 가정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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