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남 회장 “제주어 노래는 문화 전승에도 기여”
“강생이, 강생이 똥강생이. 이렇게 아이가 제주어로 노래 부르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신기하기도 하고, 저도 같이 따라 부르게 되더라고요.”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의 말이다. 최근 도내 유치원은 물론 초등학교 어린이들 사이에서 제주어 동요가 소리 소문 없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음악시간 또는 틈새시간 등을 활용해 불러지는 쉽고 재미있는 ‘제주어 동요’가 어린이들의 귀를 사로잡은 것이다. 2013년부터 시작된 도내 교사들의 ‘제주어 살리기’ 노력이 드디어 어린이들의 삶 속에 반영되고 있는 모습이다.
‘강생이’ 노래를 즐겨 부른다는 고예린 양(12)은 “제주어는 어렵고 잘 모르지만, 학교에서 계속 배웠으면 좋겠다”며 “친구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은데, 전학 온 학교에서는 제주어 동요를 배우지 않아서 속상하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제주어 동요는 2013년과 2014년 제주어 밴드 뚜럼 브라더스가 발표한 1·2집 음반이 제주도내 180여개 초·중·고·특수학교에 배포되며 제주어 보전 교육으로 첫 활용됐다. 이어 20여 년 간 동요창작 활동을 해온 제주초등음악연구회도 제주어 보전 필요성을 인지, 2013년부터 2년에 한 번씩 제주어 동요 음반을 제작·보급하며 제주어 교육을 위해 힘써왔다.
3년의 시간이 지나 제주어 동요를 가르치는 현장의 교사들은 부르는 아이뿐 아니라 듣는 사람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제주어 동요가 일부 재능 있는 아이들만 참여하는 제주어 말하기 대회보다 효과가 좋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마음초등학교 박수남 교감(제주초등음악교과연구회 회장)은 “우리가 제주어 동요를 보급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아이들에게 제주어 뿐 아니라 제주 문화를 전승하기 위함인 만큼 노래 교육의 역할은 크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라초등학교 오남훈 교사(전 제주초등음악교과연구회 회장)의 제주어 노래 ‘구슬치기’ 등은 민속놀이, 전통 음식 맛보기 체험 등을 통해 느낀 아이들의 경험을 제주어로 옮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이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학부모 박모씨(39)는 “언제부턴가 아이가 ‘좀질게’, ‘얄롭게’ 등의 단어가 섞인 ‘빙떡’이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더니, 요즘에는 제법 잘 따라 부른다”며 “표준어에 익숙한 아이가 노래로 자연스럽게 제주어를 익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뚜럼브라더스로 활동 중인 월랑초등학교 교사 박순동 씨는 “2001년부터 제주어 살리기 운동을 시작하며 틈틈이 동요를 만들었지만, 만나는 아이들에게만 알리는 건 안타깝다고 느껴 음반을 제작하기 시작했다”며 “제주의 언어가 노래를 통해 언젠가는 아이들의 삶에 전달되고, 잊혀 지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