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간호사의 작은 보람
방문간호사의 작은 보람
  • 강란
  • 승인 2016.0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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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열하는 태양의 열기와 맞물려 불볕더위 속에서 녹아드는 아스팔트도 아랑곳 않고, 나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이에게로 오늘 아침도 힘차게 달린다.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찌르는 반 지하 셋방, 다 쓰러져가는 판잣집에 온갖 잡동사니와 버너, 이부자리까지 뒤엉켜 발디딜 틈 없이 어질러진 숨 막히는 집안 분위기 등, 내가 찾아가는 곳에는 갖가지 얽히고 설킨 사연으로 몸과 마음이 망가지고,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쳐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빠끔히 열린 대문사이로 “멍멍멍” 강아지가 먼저 짖어대고 이어서 “거기 누구꽝?”하는 할머니의 맥빠진 사투리가 들려왔다. 안으로 들어가니 침대로 가득 차지한 비좁은 방에 대상자는 휠체어에 축 쳐진 채 앉아 있었다. 서른 살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흉부에서 하지까지 마비돼 스스로 소변을 볼수 없어서 유치도뇨관이라는 소변줄에 의지하고 있고, 대변도 3일마다 80세 어머니께서 인공관장을 해주고 있었다.

오래된 침대 매트리스는 제 기능을 못해 꼬리뼈, 서혜부의 욕창과 항문주위 열상이 악화된 상태였다. 욕창치료를 위해 매트리스를 바꿔야 했지만 기초생계수급자로 경제적으로 힘든 그들에게는 사치라고 했다. 수소문 끝에 모 복지센터의 도움으로 에어매트리스를 기증받아 설치해 드리니 눈물을 흘리면서 고맙다고 했다.

주 1회 씩 방문해 잦은 체위변경, 통풍관리, 드레싱에 필요한 약품제공 및 교육을 통해 욕창은 서서히 아물어갔다. 실내 환기가 되지 않고 곁에서 병수발을 하는 어머니의 이불 한 채도 제대로 펼 수 없는 비좁은 단칸방의 주거환경개선을 위해 주민센터와 연계해 창문전체를 교체하고 방위치를 바꿔서 정리하니 한결 넓어 보였다.

대상자를 만나면서 작지만 내가 그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조그만 윤활유가 될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우리지역에 어렵고 힘든 대상자의 건강수명 연장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이 한몸 미력하나마 보탤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선택받은 일인가? 오늘도 내가 맡고 있는 우리지역 대상자들에게 마음속으로 크게 “ 화이팅”을 외치며 새날에 새장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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