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질된 ‘학부모 모임 회식’ 성폭력 발생 단초
변질된 ‘학부모 모임 회식’ 성폭력 발생 단초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6.06.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본지, 전교조 전국여교사 설문조사 서술형 응답 분석
응답자 20% ‘이의’제기…“위험 상황에 노출 쉬워”

속보=여교사들은 학교 안팎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폭력 위험과 관련해 학부모 모임에서 이어지는 과도한 회식과 갑을관계식 음주문화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교사들은 ‘학교 의사결정 과정에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것 자체를 교권 추락의 이유’로 꼽았다.

학부모와 지역사회를 학교 운영의 새로운 주체로 참여시키려는 교육 추세와 상충돼 대안 마련이 요구된다.

지난달 전남에서 발생한 학부모들의 여교사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최근 전교조는 제주 등 전국 여교사 1758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본지 16일자 4면 ‘여교사 10명 중 7명 성폭력 경험’). 이 가운데 전교조가 수합한 서술형 응답을 본지가 분석한 결과, 총응답자 388명 중 80명이 근무 중 성폭력 위험을 낳는 요인 중 하나로 학교운영위원회 등 교내 학부모 모임이 변질된 경우를 들었다.

응답자 대부분은 “학부모 모임 관계자들이 학교 관리자와의 돈독한 관계를 악용해 여교사들을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호소했다. 교사들은 “특히 읍면지역의 경우 학부모 수는 적은데 학부모들의 참여가 필요한 행사가 많고 음주문화가 보편화돼있어 교사들이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기 쉽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또 “이러한 술자리에서 학교 관리자들은 교사를 배려하기 보다 학부모들 앞에서 잔심부름을 시키거나 학부모들의 비위를 맞추도록 한다”고 증언했다.

일부 교사들은 학부모들의 학교 개입 자체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한 교사는 “의견을 수렴한다는 명분하에 학부모 모임이 많이 생겼지만 효율성은 의문”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교사는 “학부모들의 학교 개입자체가 교권 추락을 야기한다”는 다소 극단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성폭력 방지 대책으로 ▲가해자 처벌강화 ▲학교관리자 의식 개선에 의견이 모아진
가운데 학부모들의 학교 참여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때문에 이들 간 불편한 관계를 기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을 경우, 학부모와 지역사회를 교육 주체로 참여시키려는 새로운 교육적 흐름이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도내 한 초교 교장은 “학부모 모임은 아이들 교육활동 지원에 방점을 찍으면 좋은 기능이고, 교사들 입장에서는 불편한 상황을 주는 양면이 있다”며 “교사와 학부모간 접촉면이 넓은 소규모 학교부터 관리자들이 갈등의 불씨를 줄이려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