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제주도에서 역사적인 주민투표가 실시되는 날이다. 여기서 ‘역사적’이라 함은 지난해 1월 ‘주민투표법’이 제정된 이후 이 법에 의해 주민투표가 시행되기는 이번 제주도가 전국에서 처음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 건국이래 최초이기 때문이다.
주민투표란 지역의 현안을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다. 몇 년 전 전라북도 부안군에서 방폐장 설치 여부을 놓고 주민의사를 수렴하기 위해 주민투표를 실시한 적이 있으나 그것은 법 제정 이전에 행정편의에 의해 시행된 것일 뿐이며 오늘 제주에서 실시되는 주민투표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번 제주도의 주민투표는 행정계층구조 개편안, 이른바 ‘제주형 자치모형’을 도민들에게 제시하여 그 하나를 선택하기 위한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이 개편안에 제시된 제주형 자치모형은 ‘혁신안’과 ‘점진안’ 등 두 가지.
혁신안은 기초자치단체인 시·군을 폐지하고 제주도 전체를 하나의 단일 광역자치제로 개편한다는 것으로, 기존의 제주시와 북제주군, 서귀포시와 남제주군을 통합해 2개 시로 개편하되 시장은 도지사가 임명하며 기초의회는 폐지하는 안이다. 반면 점진안은 광역과 기초라는 체계를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도와 시·군 간 기능과 역할만을 재배분 한다는 것이다.
2.
이번 주민투표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제주국제자유도시와 특별자치도를 시행하기 위한 전 단계로 도민 자치역량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점에 있다. 따라서 주민투표의 도민 참여도, 즉 투표율이 얼마나 높게 나오느냐 하는 것은 향후 특별자치도 추진에도 민감하게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그러니까 투표율은 이번 주민투표가 전국 최초로 실시되는 모델적 성격을 띠고 있을 뿐 아니라 혁신안이든 점진안이든 투표 결과 결정된 자치모형을 수용하고 추진하는 데 있어서도 탄력을 받느냐 마느냐의 척도가 될 수 있다.
특히 주민투표는 일반 공직선거와 달리 주민투표법 제24조에 따라 유권자의 1/3이 투표하지 않을 경우 투표함을 아예 열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주민투표가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도 최근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주민투표율이 낮으면 주민들의 뜻을 확인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은 돼야 한다”면서 “처음으로 주민의사에 따라 제주도의 방향을 선택하는 과정이니 만큼 최소한 절반 이상은 투표에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만큼 이번 투표율이 우리 나라에서 처음 실시되는 주민투표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정부는 물론 전국민적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3.
이제 도민들의 선택만 남았다. 어떤 자치모형이 제주도의 백년대계를 위해 좋은 것인지는 오로지 도민들 손에 달렸다는 말이다. 정부의 입장은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한 ‘큰 그림’은 정부가 정하지만 나머지 조례 제정 등 세부 사항은 제주도민에게 모두 맡겨 ‘주민에 의한 지방자캄를 실현하도록 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등 제주특별자치도 추진세력들은 ‘제주도의 자치역량’에 대한 검증을 내심 원하고 있고 특별자치나 국제자유도시 추진을 위한 발전전략 범위도 ‘자치역량’으로 여겨지는 채널에 고정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주민투표의 투표율과 함께 어떤 자치모형이 선택되느냐와도 맥이 통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점진안이 선택될 경우 다른 지방과 함께 도매금으로 정부차원의 보편적 계층구조 개편에 휩쓸리게 되겠지만, 반면 혁신안이 다수의 지지를 받으면 추진과정상의 문제점들을 국회 등에서 다뤄 방향조절에 나서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주민투표는 주민투표법에 의한 첫 주민투표라는 점이나 도민들 스스로 제주형 자치모형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는 매우 크다고 하겠다.
그런 면에서도 이번 주민투표는 제주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투표는 어느 안을 선택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의 현장에 참여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제주의 미래를 도민 스스로가 결정하는 주민투표에 도민 모두가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