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의 천국’ 제주
‘게스트하우스의 천국’ 제주
  • 김영희
  • 승인 2016.0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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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게스트하우스 3000여곳
형태도 창고형·호텔형 등 다양화
저렴한 가격에 어울림 장점 

주인장 스토리 호기심 자극
경험담에 볼거리·먹거리 추천도
홀로 여행객에 적극 추천

제주는 게스트하우스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도내 게스트하우스는 3000여 곳이 넘는다고 한다. 올레길이 부상하면서 여행자들이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곳으로 ‘각광’을 받으며 크게 늘었다.

처음 게스트하우스는 창고를 개조해 젊은이들의 개성을 살린 소박한 형태였으나 지금은 호텔형 게스트하우스로 발전하고 있다. 보통은 남자 방, 여자 방으로 나뉘어 2층 침대 형태로 여러 명이 방을 쓴다. 2인실·4인실·단체실 등 기호에 맞춰 입실한다. 게스트하우스가 인기를 누리자 모텔을 개조해 구조를 살린 게스트하우스도 많아졌다.

생소한 사람들과 같이 잠을 잔다는 게 어색할 수도 있지만 자연스런 분위기에 곧 친숙해진다. 게스트하우스는 모텔이나 펜션보다 가격도 저렴한데다 함께 모여 바비큐 파티를 즐길 수 있다.

공동 사용이니만큼 규칙도 정해진다. 게스트하우스 고객 계층은 주로 젊은 여행자들이었지만 지금은 중년들도 많이 이용한다. 게스트들과 대화를 나누고 올레길이나 산행 벗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

최근 저가 비행기티켓으로 인해 제주는 웬만한 육지에서 장거리여행을 다니는 번거로움 보다 1시간 비행기로 편히 와서 여행을 한다. 딱히 여행이라기보다 머리 식히러 오는 경우도 많다. 스트레스 매립장과도 같은 제주. 사람들은 괴로움을 바람에, 슬픔은 파도에, 고민은 올레길에 버리고 간다. 최상의 요건을 갖춘 제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천국이라 할 수 있다.

수많은 게스트하우스의 경쟁은 곧 광고회사 블로거들의 타깃이 된다. 블로그 제작자들의 레퍼토리는 늘 똑같다. ‘블로그에 최상위 노출 1위 등극 책임진다.’ 한달 40만~50만원대의 광고비는 열악한 업소의 주인장들에겐 만만치 않은 액수다.

하자니 돈이 많이 들고 안 하자니 손님이 없고, 어떤 업체는 예약을 연계해주고 10~15%의 수수료를 챙기기도 한다. 수많은 게스트하우스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남으로 인해 임차업자는 문을 닫는 곳이 많다.

게스트하우스의 사업 전략상 주인장들이 직접 오름투어·별빛투어·요트투어·리무진투어 및 낚시체험을 진행하기도 한다. 또한 게스트하우스로 인해 파생되는 신종 직업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스쿠터보다 자전거 여행자가 많다보니 자전거 점핑을 해주는 업자가 있고 숙소에서 숙소까지 무거운 짐을 배달해주는 짐 옮김이 서비스가 있다. 차 없이 다니는 일명 ‘뚜벅이’들의 발이 되어주는 투어 서비스 등등.

올레길 붐이 일면서 게스트하우스의 성업과 제주 이주자들의 창업으로 인해 숙박업소가 거의 포화상태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장기 숙박을 하다 정착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게스트로 머물다가 제주 사람이 생각지 못한 틈새 공략으로 사업에 성공한 사례, 반대로 지나친 자유와 술 분위기에 젖어 알코올중독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소비되는 술 역시 만만치 않다. 오죽하면 한라산은 구경하는 게 아니라 뱃속에 담아가는 것이라 하겠는가.

어찌 보면 제주의 많은 인구를 유입하는데 게스트하우스가 큰 공로를 세웠다고 할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단순히 잠만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여러 가지 정보를 주고받는 소통의 공간이다. 게스트들은 맛 집이나 관광 코스추천 및 부동산 정보까지 습득해간다.

여행자 중엔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도 있다. 숙식제공을 받으며 일을 도와주고 틈틈이 여행을 하는 알짜배기 여행자인 셈이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의 특색도 게스트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노래 부르는 가수가 운영하는 곳, 소설 및 동화작가·사진작가·화가·도예가 등 주인장들은 게스트들의 분위기를 이어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먹한 사이 간에 서로 소개를 시켜주고 주인장의 경험담, 먹거리·볼거리 추천을 도와준다. 그것이야말로 바로 게스트하우스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한번쯤 홀로 여행을 계획했다면 게스트하우스 경험도 심심치 않을 것이다. 단 한밤중 ‘코골이 연주회’가 걱정된다면 이어플러그(귀마개)를 준비하는 센스가 필요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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