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73% ‘교장·교감’, 초등 최다 발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변성호)이 전국 여교사 1758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근무기간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응답자 중 37명(2.1%)은 강제 키스 등 심각한 성추행을 경험했고, 실제 10명(0.6%)은 교직생활 중 강간과 강간 미수 등의 성폭행 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 여성위원회(여성위원장 김성애)와 전교조 산하 참교육연구소는 지난 5월 22일 발생한 전남 도서지역 학부모들의 여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과 관련, 지난 10~12일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표본은 전국 유·초·중·고에 근무하는 여교사이고, 조사는 온라인을 통해 이뤄졌다. 제주에서는 23명(1.3%)이 참여했다.
15일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교직 생활동안 성폭력(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포함)을 경험했다는 비율은 70.7%에 달했다. 술 따르기, 술마시기 강요(53.6%)가 가장 흔했고, 춤 강요(40.0%), 언어 성희롱(34.2%), 신체접촉(31.9%)이 뒤를 이었다(복수응답 가능).
이 가운데 2.1%(37명)의 교사들은 키스 등의 심각한 성추행 피해를 경험했고, 0.6%(10명)는 강간과 강간 미수 등 성폭행 피해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강간과 강간 미수를 경험한 비율 ‘0.6%’는 2013년 여성가족부의 성폭력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대한민국 일반여성들의 피해 경험(강간 0.4%, 강간 미수 0.5%)보다 높은 수치다.
성폭력 가해자로는 73%가 교장·교감 등 학교 관리자를 꼽았다. 동료교사도 62.4%로 나타났다(복수응답 가능). 관리자나 학부모, 지역 주민에 의한 피해 경험은 학교급별 중 초등학교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다수의 여교사들은 성폭력의 원인을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시선’(67.1%)에서 찾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과제로는 ‘처벌강화’(80.0%)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복수응답 가능).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15일 본 지와의 통화에서 “긴급하게 진행하느라 지역별 표본 비율을 고르게 분배하지 못 해 아쉽다”면서도 "교사들의 피해 실태를 짐작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전라남도의 경우 특이하게도 관리자가 가해자인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반면(전국 72.9%, 전남 58.7%), 학부모가 가해자인 비율(전국 12.8%, 전남 22.3%)과 주민이 가해자인 비율(전국 5.1%, 전남 11.9%)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