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관광객 선호 도민 역차별…진상 손님도 문제

“낱개로는 안 팔아요. 그냥 가세요.”
11일 오후 4시께 제주시 동문시장 내 수산물 코너. 강모(67·여)씨가 가오리 한 마리를 사려고 하자 한 상인이 거절하며 이같이 말했다. 강씨는 몇 군데 더 돌다가 겨우 생선을 사고 집으로 향했다. 강씨는 “모처럼 서울에 사는 아들이 집에 온다고 해서 생선을 사려고 왔는데, 상인들이 한 마리는 안 판다고 해서 조금 황당하다”고 했다.
이날 시장에서 만난 관광객 김모(25·여)씨도 “밥을 먹으러 동문시장에서 유명하다고 소문난 식당에 찾아갔는데 혼자 왔다고 그냥 나가라고 해서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인근에 사는 양모(62·여)씨도 “채소를 사려고 가격을 물었다가 사지 않으면 상인들이 소금이나 물을 뿌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주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동문시장에서 일부 상인들의 불친절한 행동 때문에 동문시장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문시장을 즐겨 찾는다는 김모(57)씨는 “과거 동문시장에는 상인과 에누리도 할 수 있는 등 정 같은 게 있었다”며 “요즘에는 상인들이 도민들보다 많이 사가는 관광객들에게만 친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시 관계자도 “매월 평균적으로 10건씩 상인들과 관련해 꾸준히 불평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며 “불친절한 일부 상인들 때문에 다른 친절한 상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기자가 시장을 둘러본 결과 대부분의 상인이 친절했지만, 일부 상인이 손님이 원산지를 물어보면 제대로 얘기를 안 하거나 물건을 조금 사면 팔지 않는 등 불친절한 모습을 보였다. 장남규 동문시장 상인회 부회장은 “상인회에서 꾸준히 친절 교육 등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몇몇 상인들이 비협조적”이라며 “이들 상인이 동문시장 이미지를 해치고 있다”고 했다.
한편에선 일부 무례한 손님들 때문에 힘들다는 상인들도 있었다. 수산물 코너에서 장사하는 서모(51·여)씨는 “손님 중에 무턱대고 반말을 하거나 상품을 훼손해 놓고는 사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며 “손님이어서 화는 못 내고 속으로 삭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