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르렀던 우리나라 하늘
어느 순간 미세먼지로 희뿌옇게
불편 넘어 건강 위협 수준
제주도 상황도 우려 수준
자동차 급격 증가 청정제주 위태
생활 속 작은 실천 바람직
요즘 아이들이 그림 그릴 때 하늘은 무슨 색일까? 혹 희뿌연 회색으로 칠하지는 않을까?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도 늘 희뿌연 하늘이다 보니 그런 걱정도 하게 된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경제성장 때문에 모든 나라의 하늘이 다 우리와 비슷하게 변해간다고 생각했다. 지중해연안국의 하늘을 보기 전까지는.
웅장한 로마유적지를 보려고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다 모인 복잡한 로마도,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건축물을 보려고 모여든 열정의 도시 바르셀로나도, 영화제로 유명한 프랑스의 칸도 하늘은 푸르고 공기는 신선했다. 태양은 뜨거웠지만 은은한 라일락 꽃향기와 건조한 바람 덕분에 연수차 방문한 1주일 내내 걸어다녀도 지치지 않았다.
지중해 연안을 가보지 않았더라면 단지 문화유적지나 건축물을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필자도 그랬듯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맑은 공기며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하늘을 본 사람들은 분명 지중해의 하늘을 동경하리라 본다. 그 때문에 방문객들은 해마다 넘쳐나지 않을까 싶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대한민국의 가을 하늘은 유독 맑고 푸르렀다. 많은 외국인들이 야외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이 클로즈업돼 TV에 나왔다. 금수강산의 푸르른 하늘이 희뿌연 하늘로 뒤덮이는 날이 점점 늘고 있다. 아침마다 미세먼지 경고를 보면서 창문조차 열지 못하고 외출 하지 못하는 일이 많아졌다. 미세먼지 공포증이 확산되고 있어 여행객조차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는 사진이 신문에 실리는 것을 보면 아주 심각한 수준이다.
미세먼지는 여러 가지 성분이 복합된 대기 중 부유 물질이다. 대부분 자동차의 배기가스, 도로 주행과정의 먼지에서 발생한다. 입자의 크기와 화학적 조성이 건강 영향을 결정한다고 한다. 주로 탄소·유기탄화수소·질산염·황산염·유해금속 성분 등으로 구성돼 있는 미세먼지는 크기가 매우 작아서 코와 기도를 거쳐 기도 깊숙한 폐포에 도달할 수 있다. 특히 크기가 10㎛ 이하의 작은 먼지 입자들은 폐와 혈중으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에 큰 위협이다.
최근 정부가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발표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라 기존에 논의됐던 대안을 재탕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서울 등 수도권은 물론 지역의 미세먼지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책이 거시적인 데다 노후 화력발전소 10기를 폐기와 향후 20기 신설을 발표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아 정책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세먼지 공포증이 확산되면서 시민들 스스로 방어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학부모 등 주부들은 인터넷 모임공간에서 미세먼지와 관련된 다양한 기상 정보뿐 아니라 가정용 측정기 구매법·대처 방안·실내 청소법,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 등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국내 미세먼지 발생 원인에선 차량의 배기가스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 발 미세먼지는 시민들이 직접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기가 힘들지만 차량 배기가스는 시민들의 작은 실천으로 줄일 수 있다. 자동차 공회전 줄이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나 홀로 차량이용 줄이기 등이다. 우리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작은 힘을 모아가는 행동은 지금 바로 시작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제주도의 차량 증가수치를 보면 놀랍다. 최근 1년 동안 제주시에 하루 평균 100대 꼴로 자동차가 늘어났다. 판매전력량도 증가했으며 뚜렷한 4계절을 보이던 날씨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아열대로 들어섰다는 분석도 있다. 제주도 평균기온이 1947년 14.0℃에서 지난해 16.2℃로 2.2℃ 높아졌다. 청정 제주가 친환경에 역행하고 있다.
제주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사는 사람들은 자연의 축복을 감사히 여겨야 한다. 복잡한 도시의 탁한 공기를 어떻게 마시며 사는지 도시의 사람들을 측은하게 여기지 말고 제주의 청정 환경을 지켜야 한다. 오래오래 축복받은 환경을 후세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작은 행동, 작은 실천을 하지 않으면 제주의 파란 하늘도 언젠가는 희뿌연 하늘로 뒤덮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