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不實 기로에 선 ‘예술중점학교’
준비 不實 기로에 선 ‘예술중점학교’
  • 제주매일
  • 승인 2016.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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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문 제주교육감이 적극 추진하는 ‘예술중점학교’가 출발도 하기 전 벽에 부딪혔다. 부실(不實)한 준비로 관련 예산이 삭감되는 등 좌초 위기에 놓인 것이다.

‘예술중점학교’는 이 교육감의 핵심 공약(公約)인 고교체제 개편의 일환으로 추진돼 왔다. 도심 주변부 인문계고(비평준화 일반고)의 경쟁력을 키우고, 예술계통으로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공교육이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게 그 취지다.

이에 따라 내년 개설(開設)을 목표로 애월고와 함덕고에 각각 미술과와 움악과를 학년당 2개반씩 설치키로 했다. 그러나 2016년도 제1회 추경예산 심사에서 제동(制動)이 걸렸다. 교육위원회가 함덕고 음악과 시설 예산(28억9300만원)은 통과시켰지만, 애월고 미술과 예산(23억7200만원)은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양교(兩校)의 결과가 극명한 차이로 나타난 것은 학교별 특성에 기인한다. 우선 보통과(3개)와 인터넷 비즈니스과(3개)로 이뤄진 함덕고의 경우 인터넷과 폐지를 검토하는 중이었다. 따라서 2개반의 음악과 신설을 수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동문과 주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도 한 몫을 담당했다.

반면에 애월고는 미술과 신설로 6개 반인 보통과가 4개로 줄어들게 된다. “예술과 학생들을 위해 인근지역 학생들이 농촌학교 진학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대입전형 등)이 감소한다면 이는 역차별(逆差別)이 된다”며 학교 측과 주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다.

하지만 ‘예술중점학교’가 차질을 빚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도교육청의 준비 부족에 있다. “내년부터 신입생을 선발하겠다고 하면서도, 불과 몇 개월을 남겨둔 지금까지 학교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교육위원들의 질타는 이를 잘 말해준다.

‘예술중점학교’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각은 또 있다. 한 일선학교 교장은 “학년당 2학급씩 3개 학년에 2개 학교면 총 12학급인데 이 정도 규모면 ‘예술고’ 형태로 가는 것이 맞다”고 지적한다.

일반고에 특수과를 설치하는 ‘특수목적고’의 경우 준비가 덜 되면 자칫 보통과와 특수과 모두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 때문에 좀 더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게 교육계 대다수의 시각이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소하고 제반 조건을 충족시켜야 ‘예술중점학교’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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