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프로젝트 조형물 ‘흉물’ 전락
3억 프로젝트 조형물 ‘흉물’ 전락
  • 오수진 기자
  • 승인 2016.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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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외버스터미널 ‘사진 모자이크’ 떨어지고 뜯겨지고…행정에 보수 못하면 철거해달라

제주도가 오랜 세월로 낙후됐던 제주시외버스터미널 경관을 탈바꿈하기 위해 리모델링을 하며 대합실주변에 설치했던 공공시설 예술 조형물들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터미널 측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파손 정도와 위험요소 등을 이유로 더 이상 관리할 수 없으니 행정기관에 보수할 수 없다면 철거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 확인됐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 공공미술프로젝트에 따라 구성된 제주공공미술추진단은 지난 2010년 건물 서쪽에 길에서 만나거나 스치는 사람·사물·풍경 등의 이미지들을 모아 모자이크한 대형 전시물을 설치했다.

당시 제주도는 “이번 공공미술프로젝트로 터미널을 이용하는 관광객들과 도민들에게 ‘추억의 장소’가 될 것”이라며 ‘길(여정)’을 테마로 조성한 공공시설 조형물 에 대해 기대를 보였다.

하지만 대형 조형물은 취객들 에겐 노상방뇨를 하거나 발로 걷어차이는 분풀이 공간으로 ‘오용’ 되기도 하고, 바람이 불면 사진 모자이크들이 떨어지기도 하면서 터미널의 상징적인 ‘흉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주)제주종합터미널 김광수 대표이사는 “최근에는 시설물 보수를 위해 연락을 취해도 닿지를 않는다”며 “떨어져 나간 곳을 그냥 둘 수 없어 ‘봉합’을 했지만, 임시 붙게 한 것이라 위험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설치하고 나면 주기적으로 사진을 교체 할 줄 알았지만 그런 것도 없었다”며 “좋다는 느낌도 없고, 만들어 놓고 관리가 안 될거라면 철거하는 것이 맞다”고 최근 제주도에 철거 요청을 한 사실을 밝혔다.

김 대표의 말처럼 터미널 이외에도 도내 곳곳에는 다양한 형태의 공공시설 예술 조형물들이 들어서고 있지만, 이후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외관상 ‘흉물’이 되고 있는 곳이 많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조성 이후 관리가 제대로 안 돼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우선 일제정비가 우선이기 때문에,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주변 관계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 터미널 조형물은 물론 다른 조형물도 정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도 예산 3억 원을 투입해 진행됐던 터미널 프로젝트는 버스 터미널을 단순 교통시설 이용공간을 넘어 새로운 ‘문화’를 생산하는 창조 공간으로 바라보기 위함이었으나 취지는 퇴색된지 오래다.

제주미래전문가 백승주씨는 "터미널은 오랜 시간동안 제주 관문의 상징이었다"며 "많은 이들에게 그 공간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조형물을 설치한다면 향후 명확한 관리 주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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