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수산당국이 ‘해양쓰레기 종합처리시설’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지난해 6월이었다. 공식 브리핑을 통해 국비(國費) 220억원과 지방비 60억원을 투입해 소각 및 재활용 선별시설 등을 갖추겠다며 구체적인 계획도 밝혔다.
이 사업이 공식화된 것은 지난해 4월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다. 당시 지역현안을 청취하는 자리에서 원희룡 지사가 해양쓰레기 종합처리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비 지원을 요청하자 흔쾌히 수락했다. 그리고 우선 실시설계비로 국비 10억원을 반영시켰다. 실시설계비 반영은 앞으로 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1년도 채 안 돼 계획 자체가 무산(霧散)되는 모양새다. 제주도가 2016년 1회 추경 예산에서 시설용역비 12억5000만원(국비 10억, 지방비 2억5000만원)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현공호 해양수산국장은 예산 삭감 이유에 대해 “현재 동복리에 추진 중인 ‘환경자원순환센터’에서 처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치졸한 변명에 불과하다. 자원순환센터는 2014년 계획된 사업이다. 이에 반해 해양쓰레기 처리장 관련 국비는 2015년에야 건의를 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궤변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당초 자원순환센터 계획에 해양쓰레기는 포함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종합처리장 사업은 장관의 방문에 맞춰 급조(急造)된 계획임이 분명해 보인다.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 하민철 의원(새누리당)이 “국비를 신청해 어렵게 받아놓고 1년도 안 돼 이를 반납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강하게 질타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 의원은 “추경 예산을 보면 국비를 반납해가며 전부 지방비로 편성을 했다”며 “해양수산국 존재(存在) 이유가 뭐냐, 앞으로 해수부가 뭘 믿고 국비예산을 주겠냐”고 집중 성토했다.
도 수산당국은 해양쓰레기 수거율이 50%에도 못 미쳐 해양관광 및 수산업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하소연해 왔다. 하지만 국비 반납으로 이어지는 작금의 상황은 그동안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나아가고 있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이번 일은 제주도 수산행정의 신뢰성을 일거에 실추(失墜)시킨 중대 사안이다. 그것도 지사가 직접 나서 장관에게 국비 지원을 요청했다. 들리는 바로는 ‘말 못할 사정’ 있다고 하는데, 그 ‘말 못할 사정’이 무엇인지 명백하게 밝히고 책임 소재도 함께 규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