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리 해변에서
월정리 해변에서
  • 김은철
  • 승인 201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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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리 바닷가 세계적 풍광 자랑
에메랄드 빛깔 바다 매혹적
사람 모여들며 마을 빠르게 변모

값싼 자재에 국적 불명의 건물들
제주만의 문화 역사성 실종
지자체·마을 협력 정책적 개발을

며칠 전 조카 결혼식을 참석하기 위해 모처럼 고향 제주를 가족들과 방문하게 됐다. 제주를 찾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정말 천혜의 섬이라는 점이다. 제주의 풍경 하나 하나가 마치 동화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호텔에서 치러진 결혼식도 짧은 시간에 끝나버리는 다른 지역과 다르게 하루 종일 하객들을 맞는 풍경 또한 제주도만의 독특한 풍습이다.

식후 나들이로 요즘 유명하다는 월정리 해변을 보러갔다. 월정리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약 400년 전이라고 하고, 월정(月汀)이라는 이름은 마을 모양이 반달 같고 바닷가에 접해 있어 ‘달이 뜨는 바닷가’라는 의미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마을로 들어가기 위해 몇 차례나 가다 서다를 반복 한 후,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만한 조그마한 골목을 지나자 해변이 펼쳐졌다. 세계 어느 관광지와 비교하더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이었다. “바다가 검어지면 비가 온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과 달리, 비가 내리는 중에도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깔을 유지하는 월정리 해변을 보니 제주를 찾는 이들이 반드시 들렀다 가는 연유를 알 것 같았다.

현재 제주도는 귀농 등 이주열풍과 그에 따른 땅값 폭등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월정리도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월정리 해변가를 끼고 이뤄지고 있는 마을의 변화는 우연찮게 시작됐다고 한다. 육지 출신의 세 여자가 카페를 열면서였다고 한다. 가정집처럼 소박한 공간이었지만 이곳으로 인해 월정리 해변은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카페 앞에 펼쳐진 에메랄드 빛깔의 바다와 해변의 백사장 사진이 블로그 등을 통해 퍼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월정리 해변으로 모여들었다.

바다와 해변으로 둘러싸인 시골 마을은 이후 몰라보게 달라졌다. 월정리 해변 풍광에 반해 자리를 옮겨온 외지인들은 그들이 만든 아기자기한 커피숍, 게스트하우스 등이 문을 열면서 한적했던 바닷가 마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현재의 모습을 만들어 냈다.

월정리 해변가의 카페촌의 초기 형성과정에서 그들의 노력과 열정은 충분히 찬사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제주 고유의 독특한 지역성에 대한 이해부족 등으로 기존의 마을사람들과 갈등과 반목이 발생했다.

카페와 게스트하우스 등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면서 마을의 옛 정취를 느낄 수 없고, 제주고유의 건축양식이나 자연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국적 불명의 건물들이 들어서는 점 또한 안타깝다. 소자본 및 전문적인 지역건축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종의 유행하는 건축양식을 인용한 건물들은 어디에 가더라도 흔히 볼 수 있는,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바다와 해변은 제주도만의 천혜의 세계유산인데 반해 해변가를 형성하는 건물들은 자극적인 색채와 값싼 자재를 사용하여 무계획적으로 계속 지어지고 있다.

이래선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해변가 인근의 제주고유의 건축요소인 돌담과 한국전통의 기와를 활용한 한옥형태의 펜션이 눈길을 끌었다. 차후 월정리 개발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제주도가 지속적으로 지구촌 사람들의 많은 관심과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제주고유의 독특한 문화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지금의 월정리 해변가 모습은 장기적인 방향성을 갖지 못하고 일부 외지인의 감각에 의존해 형성되면서 제주도만의 고유한 문화역사적 거리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비단 제주에서 월정리 해변가에 국한된 사항은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월정리 해변의 카페 거리도 소수의 외지인에 맡겨버리지 말고 지자체와 마을공동체가 상호 협력해 정책적으로 개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미국의 캐널시티, 이태리의 베니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 서울 북촌과 전주 한옥마을 등은 지자체가 지속적인 관심과 방향성을 갖고 주도적으로 개발, 세계적인 역사 문화의 거리로 자리매김한 도시들이다. 제주도의 월정리도 이들 도시처럼 지역 개발의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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