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와 알바생
경제민주화와 알바생
  • 한경훈
  • 승인 2016.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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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선거 때마다 이슈 
총선 계기 시대정신으로 떠올라  
‘경제약자 권익보호’ 핵심 사항

도내 고교생 80% 아르바이트 시
근로계약서 미작성 노동착취 우려 
불공정 관행 개선 사회 관심 절실 

최근 우리나라 선거 정책의 최대 화두는 ‘경제민주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를 내걸어 톡톡히 재미를 봤다. 하지만 이 공약의 진정성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정책 의지가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제민주화가 실종됐다”고까지 비판한다. 대선 당시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총괄했던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폐기했다”고 단언했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일찌감치 정치적 결별을 했다. 김 대표는 야당으로 정계 복귀하면서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삼았다. 그는 4·13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이끌면서 ‘경제민주화 실현’을 전면에 내세웠다. 20대 국회의원 선거 역시 경제민주화가 주요 이슈가 됐다. 지난 총선을 계기로 경제민주화가 다시 시대정신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경제민주화란 무엇인가. 헌법 제119조 2항에 대강의 뜻이 담겼다. 김종인 대표가 청와대 경제수석이던 1987년 개헌 당시 주도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큰 틀에서 경제민주화는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으로 재벌 문제가 주로 거론된다. 한국 재벌은 경제주체 간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는 원흉이라는 지탄을 받고 있다. 시장지배력을 토대로 한 재벌의 중소 하청업자에 대한 ‘납품가 후리기’ 횡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반 소비자들도 독과점적 지위의 재벌 상품에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경제력 집중으로 재벌의 힘이 커질수록 ‘갑-을’ 관계의 불공정한 경제구조가 고착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각종 불공정 거래행위를 차단하는 것이 이를 극복하는 길이다. 결국 경제민주화의 지향점은 ‘경제적 약자의 권익보호’가 될 수밖에 없다.

경제민주화는 재벌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불공정한 거래는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사회 전반의 문제다. 제주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아르바이트 청소년 대부분이 법이 정한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일하면서 노동인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게 그 예(例)다.

제주도교육청은 최근 고등학생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학생 80%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30개 고등학교 학생 2만27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응답자(4491명) 가운데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는 학생은 19.5%에 불과했다. 대개의 업주들이 근로계약서 작성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아르바이트생들이 임금 착취 등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구제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청소년들에게 최저임금 이하의 시급을 지급하는 업소가 도내에서도 적발되는 실정이다. 어린 학생들이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노동 착취를 당할 개연성이 다분하다. 이번 조사에서 최저임금 수준조차 모르는 학생이 전체 11%에 달했다.

제주도교육청 조사 자료에 따르면 도내 고교생 32%가 ‘알바 경험’을 했다. 학생들은 사실상 아르바이트를 통해 돈을 벌어보는 첫 경험을 한다. 이런 아이들이 노동현장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게 해선 안 된다.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아르바이트 시장에서도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 경제적 약자인 알바생들의 권익보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식당과 편의점 등 업주들이 알바생을 쓸 때 기본적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도록 계도하고, 관련 단속을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노동인권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경제민주화 실현은 시민 의식에 달렸다. 청소년 시기부터 경제민주화 개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이 불공정 계약을 거부하고, 노동현장에서 스스로 기본적인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역량을 길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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