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친 땅값’ 농지 투기방지 대책
선진국형 관리 시스템 계기 기대
취득 농지를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아 투기 등이 의심되는 농지에 대한 제주특별자치도의 관리가 강화되고 있다. 제주도의 농지기능강화 방침에 따라 이달 초 제주시는 1018명, 서귀포시는 998명에게 농지처분의무 통지를 보냈다.
이들은 향후 1년내 90일 이상 농사를 짓지 않는다면 농지를 처분하거나 강제이행금을 물어야 한다. 제주도는 농업법인 실태조사를 한다고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본래 목적을 잃고 땅 장사를 주도하고 있는 농업법인은 해산명령이 청구될 예정이다.
이들 조치는 지난해 4월 발표된 ‘제주농지 기능강화 관리방침(이하 농지 방침)’에 따른 것들이다. 이러한 행정 조치가 제주도의 미친 땅값을 잡을 수 있을지는 두고볼 일이나 언론과 농업 관계자들은 제주도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빛바랜 줄 알았던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살아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경자유전은 해방 이후 토지 개혁으로부터 시작, 1987년 헌법에 명문화된 민초들의 염원 같은 것이다. 전국에 부동산 투기광풍이 불고 임차농 비율이 59.3%(통계청 2014년)인 현실에서 경자유전의 원칙이 아직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 계기가 될 것이다.
경자유전 원칙은 한정된 자원인 농지 관리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농업경제학자 아서 영은 ‘소유의 마술은 모래를 황금으로 바꾼다’고 했다. 투기 목적으로 사들인 농지가 방치되며 황폐화되는 것을 자주 보곤 한다. ICT·BT 등 선진기술이 적영되는 농업도 농가가 농지를 소유하고 있어야 투자가 더 잘 이뤄질 것이다.
둘째, 기존 법체계 안에서 실행됐다는 점이다. 농지처분의무 통지는 ‘농지법’에 근거하고 있다. 매년 시·군은 토지이용실태 조사를 통해 1400만건(2014년)을 조사하고 6000건의 농지처분의무 통지를 보낸다. 농업법인 실태 조사와 해산 청구는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및 ‘상법’에 기초하여 실행될 예정이다. 이로써 새로운 규제 도입이 불러올 저항과 우려를 불식시키고 기존 법질서 실행에 힘을 실었다.
셋째, 선진국형 농지 관리와 유사한 기조라는 점이다. 일찍이 독일과 스위스는 농지 거래 허가 제도를 운영하며, 프랑스는 자유거래제를 유지하는 대신 관리기구(SAFER)가 선매권을 행사하여 농지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선진국은 제도와 운영기구로 거래를 관리·감시하여 농지 투기 방지 장치를 두고 있다.
국가 또는 기구가 농지 거래에 개입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농지는 공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제도가 거래를 조정하지 않으면 농지 가격이 불안정해지고 자원 배분의 불균형을 가져와 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더불어 농지 가격 불안정은 농지를 가진 농가에게 탈농의 계기가 되고, 농지를 갖지 못한 농가에게 생산비 상승의 원인이 된다.
넷째, 농지 관리는 농업 정책 효과성 제고의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농업위험 관리를 위해서 조건불리 직접지불제·밭농업 직접지불제·작물재해보험·재해보조 등의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재해가 발생하더라도 공식적인 임대차 계약을 증명할 수 없으면 임차농은 재해보조 대상에서 제외된다. 토지이용실태 조사와 농지처분의무 통지 같은 농지 관리를 통해 농지 투기를 방지하고 농지 소유와 이용을 투명화하는 이번 조치로 농업 정책의 효과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도는 전기차 보급,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 등 기후변화에 대응한 선도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다. 농지 관리에서도 제주도가 선도적인 역할을 하길 바란다. 앞으로 드론 및 위성 영상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토지이용실태 조사’, 대리 신청을 제한하고 심사 기간을 늘리는 등의 한층 강화된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 ‘농지이용실태 점검단’ 운영 등 농지 관리 방침이 중단 없이 진행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