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기시대 여명을 알린 고산리 유적
신석기시대 여명을 알린 고산리 유적
  • 고재원
  • 승인 2016.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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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사적 불구 사실상 방치 상태
문화재 ‘발전 제약’ 인식 전환 필요

지금 국립제주박물관에서는 ‘제주고산리, 신석기시대를 열다’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지난 4월 8일 시작돼 내달 5일까지 2달간 이어지고 있다. 고산리 유적은 국사 교과서에 실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최고(最古)의 신석기시대 유적이다.

국가사적 제412호 지정된 고산리유적은 1987년 고산리 자구내포구 동쪽 한장밭에서 한 농부가 ‘엄지손가락만한 돌로 깨서 만든 창’을 발견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이후 발굴조사를 통해 동북아시아의 신석기시대 초창기 지도를 새롭게 그리게 됐다.

특이한 것은 흙으로 빚은 토기다. ‘고산리식토기’로 명명됐으며 섬유질 토기다. 이 토기는 예전에 집을 지을 때 볏짚 혹은 보릿짚을 흙과 함께 섞어 벽을 만드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토기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이러한 토기가 완전한 모습으로 복원되어 공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완성체는 아가리가 넓고 바닥이 평평한 길쭉한 화분모양이다. 특히 이러한 제작 방식의 토기는 우리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동북아시아의 아무르강이나 일본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지질학적으로 보면 제4기 플라이스토세(약 180만년 전에서 약 1만1000년 전 사이) 말기부터 홀로세 초반에는 따뜻한 기후가 이어지면서 인류의 먹거리가 풍부해져 저장수단이 필요했다. 이때 인류에 의해 처음으로 만들어진 게 토기로, 혁명적인 도구인 그릇이 탄생한 것이다. 그래서 토기는 신석기시대의 여명을 알리는 대표적인 물질문화로 여겨지고 있다.

토기는 언제 어디에서 맨 처음 만들어졌을까? 중동도 아니고 아프리카도 아닌 동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발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동도 기껏해야 6000년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동아시아지역의 토기는 적어도 1만5000년전에서부터 1만년 전 사이에 중국 남부지방, 아무르강 유역, 일본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아마도 환경적인 적응압력의 요인으로 인해 지역적으로 토기를 만들었을 것이다. 어떤 학자들은 토기가 기름을 만드는 도구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고산리유적은 최근 발굴조사에서 자연과학분석을 통해 대략 1만년전부터 사람들이 정주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타제석기인 화살촉과 창 등 첨두형(尖頭形) 석기들이 다량 확인되었고, 갈돌과 갈판, 대형의 어망추도 확인된다. 그리고 섬유질토기인 고산리식토기도 발굴 조사됐다.

이러한 유물구성의 유적은 고산리뿐만 아니라 제주도내 오등동·김녕리·외도동·삼양동·강정동 등 각지에서 확인된다. 이는 당시 사람들이 제주전역에 퍼져있음을 말해준다. 당시 제주지역의 환경이 지금과 비슷했을 것으로 판단되며, 사슴과 멧돼지가 주요 사냥감이었을 것이다. 지금의 맷돌과 같은 제분구인 갈돌과 갈판의 존재는 작은 열매와 뿌리식물을 가공해 식용으로 사용했을 것이며, 어망추의 존재는 사면의 바다인 어족자원을 이용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고산리유적은 황량하다.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이후 홍보 및 활용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3만평이 넘는 곳은 잡초가 무성하다. 최근에야 임시전시관과 같은 방문객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신석기 유적이 방치되고 있고 지역주민들에게 ‘천덕꾸러기’처럼 인식되고 있다. 바로 옆 수월봉은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돼 꽃단장을 하며 탈바꿈하고 있다. 차귀도와 함께 당산봉·수월봉 해안이 자리한 이곳은 천혜의 자연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곳이 신석기유적이 있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이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화재가 지역의 발전에 제약이 따른다는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어쩌면 문화재로 인해 주변경관이 보호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로운 모습을 고산리유적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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