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지하수 취수량을 늘리기 위한 한국공항의 5번째 시도가 끝내 무산(霧散)됐다. 제주도 지하수관리위원회는 18일 회의를 열고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이 요청한 지하수 증산(增産) 건을 심의했다. 그 결과 압도적인 반대에 부딪혀 증산 요구는 또다시 쓴맛을 봤다. 심의위원 10명 중 찬성은 고작 1표였다.
당초 한국공항은 현재 월 3000t(하루 100t)인 지하수 취수량을 6000t으로 늘려달라고 신청했다. “대한항공 연 이용객이 국내선만 1800만명으로, 현 생산량으로는 태부족하다”며 증량을 호소했다. 또 “대한항공은 적자를 감수하며 제주월동채소 수송을 위해 대형기를 투입하고 있다”는 읍소(泣訴) 전략도 폈다.
그러나 위원회의 의지는 확고했다. 제주 지하수는 도민의 공공자산으로서 사기업의 이익 추구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 지하수 증산 허용 시 ‘지하수 공수화(公水化) 정책’이 무너질 뿐만 아니라 도민 정서에도 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항공 승객 증가로 인한 부족분은 그룹사에 공급하는 물량을 줄이면 해소가 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제주특별법상 먹는샘물은 공공자원으로 관리되고 있다. 한진그룹이라고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진 측은 무려 다섯 번이나 증산을 시도했다. 비록 시도 그 자체를 탓할 바는 아니지만 정도(正道)는 아니다. 이는 제주도정과 도의회, 그리고 도민들을 아주 업수이 여기는 태도다.
혹자는 하루 100t 지하수 증량은 양(量)이나 기술적 측면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게 아니냐는 주장도 편다. 하지만 기본과 원칙의 문제다. 둑에 조그만 구멍이라도 뚫리면 언젠가 그 둑은 무너지게 돼 있다. 때문에 야속한 감이 들지언정 지하수관리위원회의 결정은 지극히 옳고 정당한 처사로 보인다.
한진그룹 측은 이제 더 이상의 지하수 취수량 증산 시도를 하지 말기 바란다. 이로 인한 해묵은 갈등과 대립 등의 소모전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이번 지하수 취수량 증산 불허(不許)가 그동안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마지막 절차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