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고교 그 지역 학생들을 품어야 한다”
“농어촌 고교 그 지역 학생들을 품어야 한다”
  • 고태민
  • 승인 201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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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지역내 고교 입학 ‘바늘구멍’
‘예술학교’로 일반 정원 감축 안돼

정부는 1996년 농어촌 활성화를 위해 농어촌 지역 학생들을 대학 정원 외로 선발하는 농어촌학생 특별전형 제도를 도입, 시행하고 있다. 제도의 골자는 농어촌특별전형 비율을 모집 정원의 4%로 정하고 있지만 실제 모집비율은 여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금년도 대학입시부터는 일부 도시지역 학생들이 농어촌 지역으로 위장 전입해 부정 입학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농어촌학생 특별전형 자격을 농어촌 지역 ‘고교 3년 거주’에서 ‘중·고교 6년 거주’로 강화시켰다. 따라서 농어촌학생 특별전형은 ‘학생과 부모가 모두 농어촌에 거주하면서 학생이 농어촌 소재지에서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경우와 ‘학생 본인만 농어촌 소재지 학교에서 초·중·고 전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경우에 지원할 수 있다.

이러한 교육 정책의 변화를 제대로 알고 있는 학부모들은 과연 얼마나 되는지 걱정스럽다. 중학교 저학년 단계에서 이러한 특별전형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제대로 된 교육정책을 접하지 못하는 일부 학부모들은 장기적 안목을 내다보지 못하고 농어촌지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아이들을 고학년이 되면 동(洞) 지역으로 전학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기서 오는 개인적·사회적 비용 등을 감안한다면 농어촌 지역 학교만의 특성과 장점을 살려 학생들의 교육 자생력을 키워나가는 것이야말로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읍·면 학교 살리기 차원뿐만 아니라 지역의 균형 발전도모 차원에서도 효과를 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시대흐름에 맞추어 혁신 교육 정책도 농어촌지역 학교 학생들이 정부의 교육정책으로부터 최대한 혜택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지난 2일 애월고와 함덕고를 각각 미술과와 음악과를 설치하는 ‘예술중점학교’로 지정·고시했다. 문제는 일반학과의 2학급(학년 당 40명) 규모, 80여명의 학생 수를 줄이면서 예술학과 학생 입학으로 대체 시키려 한다는 점이다.

결국 해당 지역 거주 학생들이 그 지역의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되고 말 것이다. 이 2개 학교는 지금도 동지역 거주 학생들에게 밀려서 지역 내 중학교 출신 입학생의 수가 고작 20%대에 머물고 있을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보이고 있다.

예술중점학교의 새로운 정책은 예술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특목고인 예술고 수준의 교육 환경 조성 등 교육 인프라를 구축, 미래의 유명한 예술인의 산실이 될 것으로 필자는 믿어 의심치는 않는다.

하지만 당초 읍·면 학교를 살리는 것이 하나의 기조였던 고교체제 개편의 방향 속에는 농어촌지역 학생들의 교육환경을 제대로 마련해 주는 것이야말로 제1의 과제라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교육 수요를 외면하는 결과가 우려되고 있다.

또한, 인문·실업계 종합고등학교로 운영되다가 어렵사리 인문계로 전환이 됐던 이 두 학교의 과거의 사례를 비교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 하더라도 실패의 교훈은 뒤돌아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예술중점학교라는 명분으로 현재의 두 학급 수를 줄이겠다는 방침은 반드시 재검토돼야 한다고 본다. 만약 그 방법 밖에 없다면 예술중점학교로 지정된 읍면 지역 학교부터라도 ‘지역 거주 학생의 지역 고교 우선 선발 제도’를 도입해 줄 것을 제안 한다.

예술학과인 경우 농어촌학생 특별전형이 극히 드문 대입 현실을 보더라도 학급 수를 줄이면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에 거주하는 50%의 학생들이 지역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준다면 통학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학업에 더욱 정진, 농어촌지역 학교 설립 취지와 특성을 잘 살려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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