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양 돼지고기’ 쉬쉬해서 될 일인가
‘농양 돼지고기’ 쉬쉬해서 될 일인가
  • 제주매일
  • 승인 201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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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양(膿瘍)은 병원균에 의해 조직이 파괴되어 생긴 공간에 고름이 고인 것을 말한다. 제주산 돼지고기 가운데 ‘농양’이 함유된 돼지고기가 일부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청정이미지 실추를 우려한 양돈업계와 축산당국이 ‘쉬쉬’하며 화(禍)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양 돼지고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수년간 지속돼 왔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양돈농가와 축산당국도 ‘농양 돼지고기’의 존재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다만 발생 정도가 소수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서로가 쉬쉬하다 보니 과연 언제부터, 얼마나 많은 수의 돼지에서 농양이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정확한 통계 자료가 없다. 발생 원인에 대해서도 양돈농가와 축산당국의 입장이 다르다. 농가는 ‘지용성(oil) 구제역 백신’을 원인으로 지목하는데 반해, 당국은 사육환경과 접종 방법이 잘못됐다며 ‘네 탓’으로 돌린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구제역 백신 접종(接種)이 시작된 2012년 말부터 농양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특히 목살이나 뒷다리살 등 접종부위에서 농양이 급증한 것은 구제역 백신이 농양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농양 발생의 원인(原因)에 대해 크게 두 가지로 추정한다. 첫 번째가 돼지 몸통에 생긴 상처를 통해 돈사 내 세균이나 미생물이 침투해 감염됐을 가능성, 다른 하나는 백신 또는 항생제 등을 주사하는 바늘 자체가 오염됐을 가능성이다.

백신 등의 접종은 ‘1두(頭) 1침(針)’이 원칙이다. 하지만 상당수 농가에선 귀찮다는 이유로 하나의 주사바늘을 이용해 여러 마리의 돼지에게 백신 등을 접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원칙을 저버린 잘못된 행태가 ‘농양 돼지고기’를 양산하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쉬쉬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농양 돼지고기’의 발생 원인과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대책도 세울 수 있다. 양돈업계와 축산당국이 머리를 맞대 해결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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