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이 된 제자가 옛 스승께 부치는 편지
교장이 된 제자가 옛 스승께 부치는 편지
  • 김장영
  • 승인 2016.0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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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평대초에서 만나 ‘50년 인연’
가슴으로 전하던 말 새기며 교직에

선생님, 안녕하세요?

맑고 푸른 하늘을 자랑하는 5월입니다. 오늘따라 푸른 하늘이 더욱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올해도 정신없이 연초와 신학기를 보내고 5월이 되어서야 신록을 보며 선생님을 생각합니다.

선생님이란 세 글자는 사실, 아무렇지도 않게 날마다 수없이 부르고 또한 듣는 말인데 오늘이 스승의 날이라서 그런지 더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선생님을 자주 찾아뵙고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제자를 용서해 주십시오.

해마다 스승의 날이 오면 선생님을 떠올리며 선생님과 함께 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곤 합니다. 1966년 초등학교 5학년 때 선생님께서는 육지에서 근무하시다 평대초등학교로 근무지를 옮겨 오셨습니다.

풋풋한 총각시절의 선생님 모습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제게는 생생합니다. 그때 농촌 지역은 어느 곳이나 어려운 시절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배움만이 우리의 앞길을 개척할 수 있다고 하시면서 온 마음을 다하며 우리 앞에 서셨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튼튼하게 자라야지. 그래야 사회에 필요한 사림이 될 수 있단다”라며 우리들 한 명 한 명에게 당신의 기운을 심어주셨습니다. 매일 날마다 어린 우리들과 운동을 같이 하시던 열정적인 모습도 오늘따라 더욱 그립습니다.

선생님은 특히 육상 운동을 통해 우리의 몸과 마음을 단단히 다져주고자 하셨습니다. 학교수업이 끝나면 평대 바닷가 모래밭에 가서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마치 선수처럼 우리를 훈련시키셨죠. 또 비 오는 일요일에는 선생님 집에 가서 공부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저는 진짜 학교 육상 대표선수가 되어 면(面) 체육대회·군 체육대회·다른 학교 운동회 때 참가하곤 했습니다. 입상해 의기양양했던 제가 떠오르시나요. 상으로 받은 공책들을 반 친구들에게 나눠주며 우쭐댔었지요. 당시 선생님과 뛰었던 바다의 짠 내, 발바닥에 차이던 모래의 감촉, 뜨거운 햇빛…. 아직도 제 기억 속에는 생생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저는 제가 꿈꾸던 육상선수와 축구선수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한 학교의 교장이 되어 우리 아이들에게 바른 인성과 실력을 갖춘 창의적인 글로벌 인재로 자라나도록 당부하고 있습니다. 스승님은 살아오면서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저에게 힘과 용기를 주셨습니다. 선생님은 영원한 제 삶의 멘토이십니다. 모든 것이 선생님 덕분입니다.

선생님, 선생님의 영향으로 저도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에 유독 관심이 많이 갑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점심시간에 에어로빅 댄스를 하고 있는데, 입시를 앞두고 종일 책상에서 시름하는 아이들에게 활기와 활력을 주고자함입니다.

점심식사와 저녁식사 후에는 전교생이 천연잔디가 깔린 운동장 트랙을 걷는데, 이 모습을 보면 가슴이 뿌듯해집니다. 점심급식도 과일 2가지와 야채 2가지를 꼭 식단에 넣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 건강이 곧 우리의 밝은 미래이기에 건강관리에 무척 힘쓰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해마다 스승의 날이 되어서만 선생님의 마음을 느끼며 글을 써보는 부족한 제자이지만 지금도 언제나 선생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선생님의 훌륭한 제자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이제 제 교직생활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남은 시간, 온 마음을 다해 아이들만 바라보며 열심히 하겠습니다. 가슴으로 말을 건네는 교장이 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선생님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언젠가 세월이 흘러 지금 제가 선생님을 떠올리듯 제 제자 가운데 한 명쯤 누군가 저를 떠올리며 좋은 스승이었다고 생각해준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고태언 선생님!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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