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없는 보리밭에 정적만···
인적 없는 보리밭에 정적만···
  • 김동은 기자
  • 승인 2016.0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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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여성 피살 사건 수사 한 달
‘사진 속’ 용의자 신원 파악 어려워
▲ 지난해 10월 7일 무사증으로 제주에 입국한 A(23·여·중국)씨가 지난달 13일 낮 12시께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보리밭에 폴리스 라인이 둘러져 있다. 김동은 기자

20대 중국인 여성이 흉기에 수차례 찔려 숨진 채 발견된 지 한 달째인 12일 오전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임야에는 정적만 흘렀다.

평화로에서 직선으로 100m 가량 떨어져 있는 데다 차량이 다닐 수 있는 넓이의 시멘트 길도 있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지만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허리춤까지 자라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보리밭과 경찰이 쳐 놓은 노란색 폴리스 라인만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지난해 10월 7일 무사증으로 제주에 입국한 A(23·여·중국)씨는 지난달 13일 낮 12시께 이 곳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머리 부분은 흙에 덮혀 있었고, 사망 시점을 알기 어려울 정도로 시신은 심하게 부패한 상태였다.

경찰이 비교적 빨리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경찰은 지난달 18일에는 A씨가 일하던 주점의 단골손님 B씨를 체포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경찰은 B씨에 대한 집중 조사를 벌였지만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해 이틀 만에 풀어주면서 수사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될 만한 단서가 나오지 않으면서 제주지방경찰학교에 꾸려진 경찰 수사전담반 분위기도 무겁게 내려앉았다.

더욱이 A씨가 외국인인 데다 별정 통신사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통신 관련 자료 수집에도 어려움 이어졌다.

그러던 중 경찰은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6~7시 사이 A씨의 중국 은행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용의자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확보했다.

흰색 모자를 눌러 쓰고 어두운 계열의 점퍼를 입은 이 남성은 얼굴을 목도리 등으로 가린 데다 사진의 화질도 좋지 않아 모습을 선명히 알아볼 수 없는 상태다.

그러나 현금 인출 시점이 A씨가 연락이 끊긴 지난해 연말이어서 사망 시점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됐다.

경찰은 A씨가 한국에 입국해 자주 접촉했던 내·외국인 29명에 대해 출국금지·정지 조치해 조사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의심할 만한 4∼5명의 은행 계좌와 집, 차량 등에 대해 압수 수색했고, 용의자가 제주를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있어 출국 기록도 확인하고 있다.

A씨의 언니와 이모, 이모부 등 3명은 11일 제주를 찾아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A씨의 어머니는 정신적인 충격으로 몸져누워 함께 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유족들은 “도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하루빨리 진범이 잡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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