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직에 몸담은 지 6개월 남짓, 올해 초부터 제주시청 청렴업무를 담당하면서 가장 생소하게 여겨진 것은 ‘청렴’이란 두 글자였다. 아마도 지금까지 지내온 삶 속에서 접해보지 못했던 낯선 단어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 내게 청렴이 무엇이냐고 물어온다면 ‘그것은 이것이다’라고 한마디로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청렴이란 단어가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업무적으로는 물론이고 평소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청렴하게 저 식당가서 점심식사를 하자. 청렴하게 지금 퇴근 하자’ 등은 요즘 우리 청렴 행정팀에서 많이 쓰는 대화내용이다. 물론 이해관계자에게 식사를 대접받지 않는 한, 식사를 어느 식당에서 하든지, 야근수당을 부당수령하지 않는 이상 퇴근을 몇 시에 하는지는 청렴과 아무런 관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청렴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다보니 청렴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서서히 조금씩 변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요즘은 어떤 일을 시작하려고 할 때, 이 일을 하는 것이 과연 청렴한가? 라는 생각이 먼저 뇌리를 스친다. 그만큼 청렴이란 단어와 친숙해지고 있다고 할까? 그 익숙함이 조금 더 강해지면, 아마도 청렴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서커스단의 아기 코끼리는 어릴 때부터 쇠사슬에 묶여있으며, 그 쇠사슬에 점점 길들여지게 된다. 처음엔 벗어나려고 노력하지만 어느 순간이 지나면 포기하고 만다. 그리고 그 순간이 지나면 어른 코끼리가 된 후에도 충분히 끊어버릴 수 있는 쇠사슬임에도 불구하고, 벗어나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않는다. 쇠사슬에 묶여있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익숙함의 위력이다. 아기 코끼리의 경우에는 익숙함으로 인해, 자신의 자유를 속박 당하는 처지가 됐다.
이처럼 익숙함의 위력을 활용한 청렴 바이러스를 동료들과 친지들에게 적극적으로 전파해 우리 모두의 마음속 깊이 뿌리 내리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청렴이라는 단어가 부당한 욕망을 억제하는 단단한 쇠사슬이 돼, 제주시가 전국청렴도 평가 1등급의 위상을 당당히 과시할 수 있도록 청렴 분위기 확산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