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부터 회화·목조·도자기 등 100여점 선보여

10일 아침 출근길은 비가 내렸다. 늘 출근길과 함께 하던 초봄 벚나무는 어느새 초록 옷으로 갈아입었고, 몇 번의 빗물을 마시던 벚꽃은 짙은 봄을 지나 곧 초여름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봄의 여왕 벚꽃도 순간 우르르 져 버리는데, 어떤 이는 27년 동안 한결같이 허무하게 흘러가는 짧은 제주의 봄을 겸손하면서도 화사한 행복의 봄으로 그려내고 있다. 바로 이왈종 화백이다. 그가 4년 만에 여는 대규모 전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화백은 오는 17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현대화랑에서 회화, 부조, 목조, 도자기, 판금 등 100여 점을 선보이는 개인전을 연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이 화백의 테라코타가 첫 선을 보일 예정이여서 관심을 받고 있다.
경기도 화성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1990년 추계예술대학교 동양화과 교수직을 버리고 제주로 내려온 이 화백은 서귀포에 정착한 후부터 ‘제주생활의 중도’라는 단일 주제로만 작품 활동을 해왔다. 역시 이번 개인전 주제도 ‘제주생활의 중도(中道)’다.
“그림은 마음이 가는대로, 생각대로, 느끼는 대로, 마음 따라서 편안하게 그리면 되는 것”이라는 화론을 갖고 있는 이 화백은 생활의 모든 것을 예술의 주제로 삼고 일상을 보물처럼 여긴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의 이번 전시는 제주도의 이국적 정취와 아름다운 절경을 다양한 매체로 표현한 작품들이 대거 걸리면서 이 화백의 ‘상생’의 작품세계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로 기대되고 있다.
이중섭미술관 전은자 큐레이터는 “이왈종이 추구하는 행복론은 그의 그림에서 찾아볼 수 있다”며 “그의 그림 안에서 제주는 실제(實際)보다 더 아름답게 완성된다, 그가 완성해낸 이 새로운 제주 안에 들어오면 사람들은 늘 행복해한다”고 평가했다. (문의=02-2287-35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