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 허점 파룬궁 집회 ‘시민 불편’ 초래
‘집시법’ 허점 파룬궁 집회 ‘시민 불편’ 초래
  • 고상현 기자
  • 승인 2016.05.08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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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 불편·자극적 광고판 2년째 ‘꾸준한’시위
현행법상 ‘금지’ 불가…“행정이 절충 나서야”
▲ 중국내 기공 수련 단체인 파룬궁이 중국 정부의 인권침해 실태를 고발하는 내용의 집회를 2년여 전부터 제주시 연동 소재 모 면세점 앞 인도 일부를 점령한 채 이어오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7일 오후 5시께 제주시 연동 모 면세점 앞. 이날은 휴일이어서 그런지 거리는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들로 붐볐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들이 길 한가운데에 중국어로 된 광고판을 보느라 길을 막고 서 있어서 보행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었다. 인근에 사는 신모(45·여)씨는 “이상한 그림과 함께 중국어로 돼 있는 광고판이 가뜩이나 좁은 길을 더 좁게 해 매번 이곳을 지날 때마다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이곳에서는 2년여 전부터 중국 내 기공 수련 단체인 파룬궁이 중국 정부의 인권침해 실태를 고발하는 내용의 집회를 꾸준히 열고 있다. 면세점 앞에서 보안 일을 하는 고모(26)씨는 “사람들이 파룬궁에서 설치한 광고판을 보느라 행인과 부딪치기도 한다”며 “차들이 밀리는 출퇴근 시간엔 중국인 관광객이 도로에까지 나와 광고판을 봐서 교통 체증이 더 심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보행자들과 운전자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광고판 내용이 너무 ‘자극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자녀와 함께 나들이를 나온 김모(37·여)씨는 “광고판 내용 가운데 여성을 비하하거나 고문, 장기매매와 관련한 자극적인 묘사와 함께 관련 사진을 적나라하게 보여줘서 기분이 나빴다”며 “더욱이 어린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불쾌해했다.

상황이 이러했지만, 행정 당국은 손을 쓸 수도 없는 실정이다. 연동주민센터 관계자는 “올 초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해 광고판을 철거하려고 했지만, 집회 신고가 돼 있는 물품이어서 철거할 수 없었다”며 “옥외광고물법상으론 명백히 불법이지만, 집회 물품이라는 이유로 철거할 수 없다는 법의 맹점을 악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해산된 정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나 집단적인 폭행, 협박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에 대해서만 집회를 금지하고 있다. 파룬궁 집회는 해당 사항이 아니어서 금지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주민들의 불편을 최대한 해소하면서 집회를 여는 합리적 절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강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는 “현행법상 파룬궁 집회를 금지할 수는 없지만, 인근 주민들과 보행객들이 집회로 불편을 겪고 있는 만큼 행정 당국이 집회 주최자와 협의를 통해 집회 시간을 조정하거나, 표현 문구를 수정하는 등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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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현 기자 2016-06-21 15:07:36
우리나라 헌법에서 규정한 기본권에는 언급하신 다섯 가지도 있지만, '행복추구권'도 있습니다. 소극적으로는 고통과 불쾌감이 없는 상태를 추구할 권리며 적극적으로는 안락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추구하는 권리로 ‘헌법 10조’에 규정돼 있습니다. 파룬궁 집회가 동네 주민의 안녕을 침해했다면 기본권 침해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글쎄요 2016-06-20 21:30:16
유사 파룬궁 시위가 파리 에펠탑이나 미국 백악관 앞에서도 늘 진행중이지만 프랑스와 미국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자유권, 평등권, 참정권, 사회권, 청구권의 다섯 가지를 기본권으로 제시합니다. 어떤 부분이 한국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모르겠네요.

고상현 기자 2016-05-27 01:20:01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목소리’가 곧 시민의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파룬궁 집회처럼 인권 문제라면 그 목소리가 더욱 소중합니다. 다만, 집회가 다른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각양각색의 목소리가 존중돼야 하는 만큼, 다른 시민의 ‘안녕’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기사는 파룬궁 집회가 다른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부분에 대해서 지적한 것이지 집회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닙니다.

nansanta9970 2016-05-27 00:03:14
장기적출 성고문 피헐린모습 아이들 볼까 겁나 “광고판 내용 가운데 여성을 비하하거나 고문, 장기매매와 관련한 자극적인 묘사와 함께 관련 사진을 적나라하게 보여줘서 기분이 나빴다” “더욱이 어린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글쎄요 2016-05-09 22:50:13
각국 중국대사관의 압력으로 각국 언론에서 제대로 파룬궁 인권탄압을 보도해 중국 정부에 압력을 가하지 않았기에 수련자들이 손수 중국인들에게 알리고 있는 것이지요. 기자님께서도 파룬궁이 뭔지, 왜 저들이 저러는지 진지하게 취재해보심이 우선이라고 생각이 드네요.